수학 두 장 풀었어?

by 햇님이반짝


퇴근 후 늦은 저녁이 다 되어서야 슬쩍 물어본다.



"수학 두 장 풀었어?"



초등 5학년 둘째에게 거의 매일 묻는 질문이다. 묻기 전에 어련히 알아서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아직까지 따로 수학학원에 가지 않아 일일이 묻지 않으면 아예 손을 놓고 만다. 하지만 신경 쓰는 것도 여기까지 따로 확인을 하지 않는다. 최소한의 신경 쓰는 척 이렇게 매일 묻는 것조차도 집착 같다.






언제나 돌아오는 대답은 절레절레 흔드는 고개일 뿐이다. 당당히 돌아오는 답변이 있긴 하다.

해리포터 조금 읽었고 영어 글쓰기한 흔적을 자랑스럽게 내민다. 이것도 가끔. 책 읽었다 하면 엄마의 입꼬리는 승천할 테고 영어글쓰기는 베껴 쓰더라도 하루 두 줄은 적어주길 바랐다. 그나마 영어라도 아직 흥미를 잃지 않고 좋아해 주어 다행이다 싶으면서 풀지 않은 수학 두장에 미련을 끊지 못한다. 그렇게나 하기 싫을까. 많이 풀어라 하는 것도 아니고 두장 힘들면 한 장 반장이라도 매일 풀어주었으면 하는 어미마음이 딸아이에게는 욕심으로 보이겠지.


엄마가 대표적인 수포자라 수학이라면 치를 떨어 몇백 미터 높이의 올려다볼 수 없을 정도의 담을 쌓아 놓은 걸 알아차렸던 걸까. 수학에 진절머리난 엄마의 내면아이가 둘째에게 비친 건 아닐까 내심 불안하다. 그렇다고 등 떠밀어서까지 학원에 보내고 싶지 않다. 언니도 그랬듯이 본인이 정말 원해서 갔더니 착실히 학원 다니며 숙제도 열심히 하더라. 숙제만 해서 또 속 터지지만.(하나 잘하면 또 다른 걸 하길 바라는 마음이란) 아직까지 둘째는 전혀 학원에 대한 언급도 일절 없다.






낙숫물이 댓돌 뚫는다

작은 힘이라도 끈기 있게 계속하면 큰일을 이룰 수 있다



많이 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작게라도 꾸준히 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꾸준함. 요즘따라 더욱 와닿는 말다. 모든 일에 꾸준함이 답이다라고 할 만큼 기본이 되는 것이 없다. 또한 제일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을 먹고 양치를 하듯 굳이 생각하지 않고도 자연스레 연결되는 것이 필요하다. 쉬운 것 같으면서도 매일 하기까지 들이는 습관장착이 참으로 어렵다.




부족한 부분을 더 메꿔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하는 것을 더 우쭈쭈 해주어 자존감을 높여주라고 한다. 걸어 다닐 때부터 꾸준히 노출시켜 준 영어만큼 수학엔 관심을 가져주지 못한 것이 못내 또 미안하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수학이 수능의 중심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밀어붙이지도 못한다. 욕심 가득 밀어붙였다가 꾹 눌려진 용수철처럼 언제 튀어 오르지 모를 화산 폭발하는 일은 만들고 싶지 않다. 애만 타들어가는 건 아닌지 미련 가득 담은 수학은 놓아버려야 하는 건지. 포기하기엔 아직 이르다. 과목은 못 가르치더라도 하고자 하는 동기부여 과정만이라도 함께 하려 한다.



한번 물으면 족하다. 두 번 세 번 물었다가는 안 그래도 하기 싫은 수학 더 나가떨어지게 만드는 지름길임을. 질리게만은 하지 말자. 그 부분에선 엄마가 조금 더 노력해 볼게. 스스로 실천하지 못하는 수학을 어떻게 하면 살살 달래어가며 본인 의지로 흥미를 가지게 해 줄 수 있을까는 엄마가 더 고민해 볼게.






수학 두장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있으니 지금의 나에게도 매일 같은 의미의 질문을 던져 봐야겠다.



글 두 줄 적었어?



둘째 딸, 우리 같이 숙제하자.

너는 수학 두 장을 풀거라. 엄마는 글 두 줄 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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