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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Jun 12. 2023

카페라떼라는 사치


글을 쓴다는 핑계 아닌 핑계로 떼려야 뗄 수 없는 나의 단짝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자주 마셨다. 다크의  묵직한 그 향이  글을 쓰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었고 지치지 않게  계속 쓸 수 있도록 생각의 날개를 달아 주었다.






"카페 아이스 하나 주세요"

아이스아메리카보다 천 원이 더 비싼 가격

약간의 사치를 부리는 느낌. 글도 쓰지 않을 거면서 운동하러 나왔다가 괜히 사 먹는 것 같아서 찔렸던 걸까.



어느 순간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누구의 눈치인지도 모르겠다. 아니다. 빤하다. 누구긴 나처럼 커피 좋아하는 남편 혼자 두고 나와서 많이 찔렸는가 보다. 혼자 나와 만끽하는 조용한 밤거리에 왜 움찔한 생각이 들었는지 운동하려고 나왔다가 농땡이치고 싶은 마음이 들켜버린 걸까?



그러나 이내 두 손에는 라 한잔이 밤산책를 동행하는 든든한 동지가 되었다. 이제 얘기해 보란다. 왜 자기를 선택하게 되었는지. 그것도 해와 달이 맞교대한 늦은 시간에.



웃을 수도 있겠다. 고작 라 한잔사치라니

더군다나 여긴 다방이 아니다.



종원아저씨의 밝은 미소가 있는 그다방이다.자주 오진 않지만 어쩌다 늦은 시간에 한 번씩 들린다. 비교적 저렴한 그곳들을 자주 애용한다. 이사 전에는 메가에서의 죽순이, 이사 후로는 몬스터에서 무료쿠폰을 여러 번 사용할 정도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난 꼭 사서 집에서 마신다. 제일 편안한 공간에서) 커피란 이미 나의 소소한 행복 깊이 자리 잡은 지 오랜지다.






라떼의 첫 만남은 흥미롭다. 처음 빨대로 당기는 그 드라운 우유맛이 냥한 목소리로 괜찮아 지금 걷고 있잖아라며 속삭인다.  두 번째로 빨대를 위로 살짝 올려마시는  진한 커피 맛은 씁쓸히 한마디를  열심히 걸어야지이내 채찍질을 한다.

두 가지의 맛을 다 음미하고 나면 이내 섞여라 하며 그 둘을 냉철한 얼음과 함께  흔들흔들 오리 물결을 일으킨다.




원래 운동 겸 걸으러 나올 때엔 커피를 들고 다니지 않는다. 오늘은 웬일인지 열심히 걷고 싶지 않다.  여유롭고 부드러운  한잔 혼자 감성이 충만해진 날. 걷기보다 한 편의 글을 더 원하던 날이었다. 의 생각주머니를 풀가동 시켜 본다.  행여나 금쪽같은시간 놓칠세라 남편 따라 나올까 봐 말도 하지 않고 나왔다.  저녁 먹고 걸을 거라고 미리 말은 해두었다. 이제 내가 집에서 사라져도 어련히 걸으러 나간다는 걸 잘 알고 있어 편하기도 하다.




(지금 이 사진 찍다 여태 적은 반이상의 글이 제목과 몇줄만 남은채  사라졌다 순간 정말 최악의 멘붕상태를 만끽함. 예전에 한번 경험하여 분명 저장 누른줄 ㅠ0ㅠ)


글쓰기 소재의 보물창고가 될 수 있는 이곳. 공원


지나가는 행인들의 이야기가 들린다.

"부질없다. 지금부터 먹지 말아야겠다."

(누가 내 얘기했나?)


우리 집 앞 공원에서 고등학생들의 이야기.

"그냥 헤어지고 공부만 해라"

"공부만 할 수는 없고...

헤어지면 장점과 단점이 있어. 장점은 헤어지면 더 자유로워지고...."

(에서 계속 듣고 있을 수만은 없. 천천히 걸었지만 점점 멀어지고 어 듣지 못했다. 궁금한데)


맞은편외국인 부부가 지나간다. 심각한 대화를 하는 것 같은데 도통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다.






요즘 특이한 취미가 생겼다. 지나가는 말소리 행동하나 유심히 한번 더 보게 된다. 행여나 글로 이어질 수 있을까 봐.



대화를 통해 풀어간다. 상대는 나.  혼자 놀기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는 중이다. 지금의 나는 모든 이와 마음으로 소통하는 중이다.(일방적소통이 80% 차지겠지만)



만보 걸으면 어때  글 한 편이 나오는데

나뭇잎들이 시원한 밤바람을 스치며  말이 맞다며 격한 끄덕임으로 응원을 한다. 오늘의 글은 라떼가 다했다. 이 핑계로 운동대신 또 사 먹게 생겼다. 그럴 바엔 다음엔 작정하고 텀블러를 들고 나와야지. 마음먹고 나오면 생각은 거짓말처럼 쏙 들어가 버리겠지만 말이다.





어제 이 글을 적고 마무리하는 오늘도 탑 마일드 라떼와 함께 하고 있다. 라떼라는 사치 꽤 괜찮은데?











사진출처: 햇님이반짝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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