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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Jun 19. 2023

체력 빼니 시체

이틀간의 지하체험


토요일 오후,  퇴근 후 나오는데 벌써부터 푹푹 내리 찌는 더위에 머릿속은 온통 얼른 집으로 직행하여 푹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 마침 시장에 나와있는 아이들이랑 남편과 함께 생명수인 커피를 얼른 챙겨 들고 집으로 향했다. 올여름 에어컨 개시를 하였다. 사실  괜찮은데 남편과 아이들이 바람을 넣는다. 오늘 정말 덥다  낮에 폭염문자가 온 것을 빌미로 에어컨이 잘 돌아가나 개시를 해봐야 한단다. 충분히 틀만한 조건에 수긍만이 답이었. 


샤워를 하고 나온  나의 자리에 정착한다. 에어컨의 기능엔 문제가 없었고 브런치스토리를 기웃거리며  아이스커피 한 모금을 쭈~~ 욱 들이킨다.  와.. 여기가 천국이구나. 은편 남편의 표정도 나와 마음이었다. 이미 여름휴가를 만끽하고 있는 참이었다.




오늘따라 한숨 돌리는 쉼이 더욱 감사한 이유가 있으니 어제까지만 해도 급작스런 대자연의 날과 함께 오후 내도록 한번 앉을려없이 바삐 움직였던 탓에 이내 컨디션은 급속도로 지하 100층에 도착했. 온갖 중력의 힘으로 체력까지 순식간에 바닥으로 내리 꽂혔다. 몸이 바쁜 건 괜찮은데 한 달에 한번 꼭 거쳐가야 하는 날까지 더해지니 피곤이 배로 몰려왔다. 저녁을 먹고 거실에 대자로 뻗어 버렸다. 시 쉬었다 걸으려 나가려던 생각도 이내 사라져 버렸다.



몸이 힘드니 온갖 짜증과 불만스러움이 쓰나미처럼 밀려온다. 그게 무엇이든 모든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카톡 소리마저 예민해진다. 이날 내리 12시간을 자고 출근 후 점심을 마시듯이 해치운 후 낮잠 시간을 사수했다. 한 시간 풀충전을 하고서야 간신히 눈이 뜨였다. 그제야 웅크려졌던 몸이 회복하는 듯했다. 이틀간 짧고 굵었던 시간 동안  화장실 가기 전과 후만큼이나 내 몸과 마음도 전 뒤집듯이 바꿨다. 내 감정조차 스스로 조절하지 못한 나를 꾸짖었다.




평소 나름 건강관리 한답시고 일하는 시간 외에 틈틈이 매일 만보 걷기를 하고 있다. 이것만으론 부족했었나. 체력이 있어야 일도 하고 글도 쓸 수 있다.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순식간에 고갈된 체력을 보니 이래선 안 되겠다 싶고 한 살씩 더 먹을수록 체력이 모든 걸 말해준다는 걸 몸소 경험한 이틀이었다. 그나마 이틀이라 다행이다. 바람 빠진 풍선처럼  댓글하나 적을 힘도 없었던 게 엊그제인데 말이다.(그새 나발나발 다시 살아났다.)



몸이 먼저다.(한근태작가님 책을 다시 한번 정독해야겠다) 몸이 살아야 마음도 산다. 그래야 앉아서 쓸 힘을 얻는다. 이렇게 체력이 약해서야. 쓰기 위해 더 체력을 길러야겠다는 결론이 나왔다. 몸이 안정돼야 무엇이든 할 마음이 생긴다.  이틀 동안 체력 빠지니 진짜 시체가 되었다. 잠이 보약인건 맞는데 그러기엔 너무 많이 잤다. 그렇게 늘어져 자는 동안 헛시간을 보낸 것만 같다. 단지 헛된 시간만으로 남기지 않기 위해  체력보강을 위한 기록을 남긴다. 돌아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짐한 것조차 잊혀지니까.








proto by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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