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by 햇님이반짝


환장할 노릇이다. 거의 한 시간 반동안 글만 노려보고 있다. 서랍에 저장해 둔 글 중 마무리만 더 다듬으면 되는 글이 몇 개 있다. 지금은 그 시간이 아닌가 보다. 서랍만 기웃거리다 덮고 다시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읽다가 내 글 한번 기만 무한반복 중이다.



지금 무엇보다 글을 쓰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거실에는 시원한 바람과 가족들은 각자 할 일을 하고 있다. 그 와중에 모레 시험 치는 큰딸 인강소리가 거슬려 큰방으로 피신까지 했다. 딸아이 공부보다 내 글이 안 써지니 더 안절부절이다. 오늘은 반드시 글 한편 올리겠다며 작정하고 멍석 깔아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시간 반동안 단 한 줄을 적지 못한 상황이 되었다. 여태 이렇게 하면 되겠다던 작은 패기들은 다 어디 갔나 싶을 정도로 허공에 물음표만 둥둥 떠다니고 있다.



그토록 기다리던 50편의 글을 완성했다. 그럼 더 나에게 자극받아 훌훌 써질 거라는 착각에 빠져보기도 하고 이제 100편은 문제없을 거라는 환상에 잠시 젖어보기도 한다.




뜨개질도 못하는 내가 글쓰기를 짜집기 하고 있다. 한번 엉켜버린 실타래는 도통 풀릴 생각을 하지 않는다. 글이라는 앞뒤 안 맞는 문장이 맞닥뜨렸을 때 분명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게 아닌데 자꾸 헛소리가 나온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몇 줄의 문장전체를 복사하여 어디로 갖다 붙이면 말이 이어질까 이 맥락이 여기가 맞는 건지조차 길을 잃은 것 같다.



주소를 찍는다. 그중 가장 빠른 길로 안내해 주는 친절한 내비게이션. 목적지에 도착하는 걸 목표로 삼는다. 가야 할 곳은 분명한 데 가는 도중 잠시 딴생각에 빠져 아차 하는 순간 안내해 준 길이 무의미하듯 다른 로 빠져버린다. 유턴하는 길이 없다면 한참 동안 다른 길로 운전대를 잡게 된다. 빙둘러가는 길을 선호하지 않는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길에 들어섰을 때 생각지도 못한 인을 만날 수도 있다. 변수에 또 다른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엄한길을 들렀다고 실망만하지 않고 다른 길로 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 찾는게 더 빠른 방법임을 조금씩 알아가려한다.




생각대로 되지 않고 둘러간다며 투정만 부리는 어린아이였다. 한번 택한 길을 즐기면서만 가고 싶었다. 칭얼대는 어린아이처럼 투정은 부릴 수 있지만 이 길이 아니라는 부정은 하지 않는 어른이 되고 싶다. 둘러가더라도 주소만 정확히 찍어둔다면 언젠가는 들을 수 있겠지?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사진출처: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