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 완료'
드디어 집안일이 보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집안일을 하기 위한 엉덩이는 그 어느 때보다 더 무겁다. 작가의 서랍엔 아직 마무리 짓지 못한 글들이 줄지어져 있다. 쓰다만 나부랭이 글들이 서로 바깥세상으로 나오고 싶다며 아우성을 치지만 아직 외출 준비 중인 아이들은 제각기 자기 몸에 맞는 옷을 찾고 있는 중이다.
그중 가장 먼저 외출준비를 끝낸 글은 세상 밖으로 나와 다른 글들과 소통을 하기 시작한다. 마음에 드는 옷은 자랑도 해보고 예쁘다고 칭찬도 받고 코디를 못했다며 핏잔을 듣기도 한다. 예쁜 옷이든 마음에 들지 않는 옷이든 입고 나가봐야 정말 내 것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 보이기 위해 입는 옷이 있고 내가 편하고 좋아서 입는 옷이 있듯 다 누군가의 마음에 들 수는 없다. 그러나 이도 저도 아닌 입고 나갈 옷이 없는 애매한 경우엔 입을 용기조차도 내지 못한다. 서열정리도 안된 글들은 누가 먼저 나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일단 오늘의 할 일은 끝낸 기분이라 여유시간을 만끽할 예정이다. 적막을 깨고 거실에 티브이를 틀어본다. 잠시 의도적으로 쉬어보려 하지만 빨래도 걔야하고 설거지도 한가득이다. 해야 할 것이 눈에 보이니 또 모른 척하고 싶어 다시 글쓰기 창을 열어 본다. 그리고 다시 끄적이기 시작한다. 집안일을 안 하려고 글쓰기창을 열어 또 다른 할 일을 미루고 있다.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게으름뱅이가 된 것만 같고 글이라도 한 줄 적고 있으니 창작활동을 펼치고 있는 중대한 임무를 맡은 것만 같다. 무슨 일을 하든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지 못한다. 그래서 글이라는 핑계로 계속 브런치 주위를 어슬렁 거린다. 글도 집안일도 결국엔 내 손에서 마무리될 일인데 계속 미뤄봤자 나만 손해인듯한 기분은 뭐지.
나름 해야 할 일을 마무리 지었다. 집안일은 한번 손을 대면 끝이 없지만 어느 적정선에서 얼른 끝맺음을 짓는다. 집안일보다 요즘 더 시급한 것은 발행하기. 그리고 다른 참맛을 알게 되었으니 발행 후의 꿀떡꿀떡 넘어가는 맥주 맛은 그 어느 때 보다도 더 청량하며 머리끝까지 닿는 시원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냥 지친 하루의 노고를 장식한다는 이유로 마시는 맥주의 맛과는 차원이 다르다.
직장은 생계. 글은 자발적 생각노동. 정말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인 만큼 잘하든 못하든 그 마무리를 짓는다는 보람이 생각보다 더 큰 흐뭇함으로 쌓였다. 이쯤 되면 발행이 먼저인지 발행 후의 맥주가 먹고 싶어 서두르는 건지 닭이 먼저 알이 먼저라는 끝나지 않는 배틀로 넘어간다.(발행 때마다 마신건 아닙니다^^;) 예전엔 맥주가 먼저 생각이 났다면 이제는 안 먹어도 배부른 발행의 맛 그 느낌 아니까~~ 돌아서면 생각나는 발행중독이 되어버렸다.
알콜 중독보단 발행 중독!
이 얼마나 멋진 말인가~?!
그런 의미에서 오늘 발행기념으로 맥주 콜~?!!
(결론은 그냥 먹고 싶었던걸로;)
사진출처: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