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햇님이반짝 Oct 16. 2023

워킹맘의 성찰


매일 어디 갈 곳이 있다는 것은 좋은 점이다. 단지 의지로 가느냐 강제로 가느냐에 따라 그 차이는 있겠다.  나름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해 준다. 나처럼 나태함이 몸에 갑옷처럼 장착된 사람은 더욱이나 필수적이다. 가야 할 곳이 있고 해야 할 일이 있다 것이 나를 움직이 만든다. 그 움직임은 익숙해져 무의식적으로 습관이 되었고 무감각해졌다랄까. 직장을 습관처럼 다닌다는 게 참으로 무서운 말이다. 나의 노후까지는 보장해주지 않지만 현재 오늘만큼은 든든하기에 외면할 수없다.


직장은 나의 미래까지 책임져 주지 않는다. 컥 겁이 났다. 이렇게 안주하고 있어도 되는 건지에 대해. 궁금증은 생겨도 해결되지 않았다. 그냥 그렇게 사는 거라며 대수롭지 않게도 여겨보고 순응도 해본다.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 속이 감사하면서도 스케치북에 실수로 쏟아진 물감처럼 그대로 물들고 싶지만은 않았다. 내가 정한 예쁜 색깔의 물감으로 내가 정한 붓과 도화지에 내가 상상한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상상은 상상일 뿐이라는 말이 썩 내키지 않는다. 무한한 상상을 조금씩 현실로 그려내고 싶다. 직장은 직장이고 뒤늦게 글쓰기의 묘한 매력에 빠져 또다시 나를 분주하게 만든다. 글을 쓰기로 선택했더니 이내 다른 모든 것이 전이다. 하나만 라보기엔 이미 뼛속까지 익숙해져 버린 나태한 습관이 발목을 잡는다.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려니 마음만 앞선다. 게으른 행색을 워킹맘이라는 포장지로 고이 감싸본다. 안이한 생각은 언제 어디서든 나의 곁을 맴돈다.  다녀도 파워워킹맘들은 집안일도 척척 아이 공부도 척척 잘만 봐주더라. 워킹맘이라는 이유로 일 다니는 게 벼슬인 것 마냥 앞장 세웠다. 파워 아닐지언정 워킹을 뺀 역할이 턱없이 부족한 요즘이다. 남편의 눈엔 집안일도 내팽개치고 그저 돈도 안 되는 일에만 진하는 여편네로 보일 것만 같다.




보통의 엄마들은 아이의 마음을 먼저 들여다본다. 아이가 어릴 땐 나도 그랬다. 이때 나의 모든 모성애를 쏟아부었나 보다. 몸은 힘들었지만 한 순간도 빨리 자라길 바란 적 없다. 아이가 자라는 매일매일이 아쉬운 마음은 지금도 여전하다. 어린아이에게는 오로지 엄마만이 세상의 전부다. 스로 할 줄 아는 게 없다. 젓가락질을 가르치고 어린이집 다닐 때부터 어떤 옷을 입을지 미리 고 선택하는 기회를 주었다. 내 손이 닿지 않기를 바라 스스로 할 수 있는 모든 걸 빨리 가르치려 했다.


아이에 대한 애틋한 마음과 달리 바지런히 돌보지 못한다.  덕인지 아님 게으른 엄마를 미리 알아챈 건지 아이들의 초등시절 알림장 한번 제대로 본 적 없고 가방도 열어보지 않았다. 책임감 키우기를 가장한 무관심에 가까울지도. 그걸 아는 아이는 스스로 챙기고 숙제를 했다. 어느 순간 아이들의 아침을 깨워주지 않는다. 아니 못 깨운다. 잠이 많은 어미는 눈이 떠지지 않는다. 스스로 일어나 등교준비를 한다. 리 준비한 삶은 달걀을 먹는다. 녀오겠습니다의 울림이 꿈에서 들리는 듯하다. 요즘 그런 아침의 연속이 미안하고 미안하다. 다시 한번 미라클모닝의 기적을 바라보지만 현재로선 꿈만 같다.




일일이 손이 가지 않아도 될 만큼 자란 아이들이다. 제는 나를 먼저 생각하며 혼자 있는 시간이 익숙해질 때쯤 사춘기라는 그들만의 세계가 심기를 건드린다. 아이들도 엄마의 나태함이 마음에 들지 않겠지. 나만 조금 더 부지런해진다면 모든 게 평화로울 것만 같지만 이것 또한 생각뿐이다. 이렇게 글이라도 쓰고 있으니 번 더 돌아보게 만든다. 매일의 고민이 킹맘의 성찰로만 끝나지 않는 엄마의 성장으로 이어지길 바라본다.











사진출처:픽사베이



작가의 이전글 첫 브런치 북을 만들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