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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Oct 15. 2023

첫 브런치 북을 만들다


작가신청을 한 후 연이은 6수의 불합 쓴맛을 느꼈다. 대망의 합격소식과 함께 첫 글을 발행한다. 111편의 글을 쓸 때까지 단 한 번도 북으로 묶은 적이 없었다. 무조건 써내야만 했다. 한 달 전부터 시작해야지 만들어야지 생각만 하다 브런치북 프로젝트 응모날이 일주일 뒤로 성큼 다가왔다. 브런치북은 여태 써놓은 글을 모으기만 하면 되니 금방 하겠지 하며 안이하게 생각했다. 이미 제목하나는 정해놓은 게 있었기에 약간의 자신 있었던 마음이 새벽을 넘길 줄이야. 결국 첫 마음을 먹고 시도한 당일 브런치북발행은 무산되었다.






브런치북을 만들려면 노트북을 켜야 한다. 정말 오랜만에 열었다. 어디야 브런치북 어디로 들어가야 해? 작가의 서랍에 있다니 매일 폰으로만 보다가 노트북으로 들어가니 금방 찾지 못해 순간 황스러웠다.


목차구성에 들어오니 행복한 고민이 시작된다. 그동안 써놓은 글들을 모으기만 하면 되라고 맺음 짓고 싶은데 만들라는 북은 안 만들고 그새 글쓰기창을 열어 신세한탄 중이다. 이미 발행을 마친 다른 작가님들의 북을 보니 소개과 글의 순서까지 정말 멋들어지게 나열하였던데 날짜별로 해야 하는지 내용이 하나로 연결되는지 챕터별 제목도 있고 점점 멘붕이 오기시작한다. 이래서 여태 계속 미뤄왔던 이유 중 하나인 게 분명하다.







목차구성하려고 글하나를 클릭하여 왼쪽 빈칸으로 끌어당겨온다. 이런 자그마한 손짓하나에 내 자식 같은 글들이 하나씩 옮겨지는 걸 보니 세상 흐뭇하다. 선택받은 글은 아직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들에게  먼저 가서 자리 잡고 있을 테니 천천히 따라오라며 손짓하는 듯했다. 하나하나 순서대로 나열하는 것조차도 가슴이 벅차다. 그간 글 한편 적겠다며 읽고 쓰고 수정하는 과정에 그 어느 하나 애지중지하지 않은 글이 없다. 장이 나대기 시작한다. 그저 자리만 이동했을 뿐인데도 이미 런치 북발행을 한  같은 김칫국 한 사발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거기까지. 열 편을 겨우 끄집어낸 것만으로도 한숨 돌리나 했더니  전체글을 소개하란다. 막연하다. 어림짐작 생각은 나는데 이른 아침 안갯속을 걷는 것처럼 머릿속이 뿌옇다. 순서 정하고 마무리 글을 하나 더 적어내야 하나 고민하다 자정이 넘었다.


이렇게 또 고민하는 과정을 거쳐야 다음엔 조금 더 수월하겠지? 세 시간 넘게 버벅대다 노트북을 닫아버렸다. 결국 다음날인 오늘 어제 발행하려던 제목은 보류하고 완전 다른 글과 제목으로 반나절 동안 고군분투하여 브런치 북을 만들었다. 브런치 북하나 만드는 것이 진정 종이책 한 권을 출간하는 과정에 비하면 새발의 피겠지만 잠시나마 간접경험이라 생각하니 출간의 길은 더욱 멀고도 험하게만 느껴진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브런치북 초판을 발간했습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문장을 보는 순간 글 한 편을 써내는 것과는 또 다른 벅차오름에 한참 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첫 브런치 북을 만들었다.  그간 만들었던 작은 제목들이 모여 하나의 북이 되다니. 그동안 나 열심히 썼구나. 작가가 되고 처음 시작한 글이라 당연지사 서툰 글들 뿐이지만 나의 글을 읽고 용기를 내어 작은 기적이 일어났으면 하는 독자들이 생기길 바란다. 런치 북을 발행하기 전부터 나를 응원 겸 원망도 하며 끝까지 믿어준 유일한 첫 번째 독자가 있으니  읽고 쓴 경험으로 지금까지 용기를 낸  자신이다. 첫 자축이 장황했다. 발행은 용기다.











사진출처: 브런치스토리 브런치 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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