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햇님이반짝 Oct 17. 2023

비우지 않으면 채울 수 없다

글을 이유는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은 내가 되길 서이다. 이보다 더 못한 존재가 되려고 쓰는 건 절대 아님을. 육체적인 성장은 이미 예전에 끝난 지 오래다. 키가 조금 더 컸으면 하는 바람은 지금으로선 시간낭비일 뿐이다. 나이만 어른인 나는 정신적인 성장을 원한다. 이런 말조차 오글거려 쓰기를 미뤘을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어떤 화가 생길지 모를 1년 뒤 5년  중요하지만 지금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지금 써야 한다. 오늘의 기록으로 하루를 붙잡고 지난 과거는 잠 되뇌며 미래의 되고 싶은 나를 상상한다. 재로선 미래의 나를 한 가장 최선은 쓰는 것밖에 없다. 아이들에게 꿈이 있는 엄마로 보이고 싶다. 이제는 안다. 엄마가 쓰고 있다는 걸.






한가로운 주말 오후. 아점을 먹고 식탁 겸 내 책상인 이곳에서 맞은편 남편은 폰을, 오른쪽 큰딸은 과자를 먹으며 탭으로 독서를 한다. 그리고 나는 커피  잔과 함께 노트북을 켰다. 브런치북도 만들어야 하고 글도 쓰고 나름 할 일이 밀려 마음이 급한데 바로 옆 큰딸이 자기 방에 갈 생각을 안 한다.

브런치스토리 화면을 켜니 브런치가 뭐냐고 물으며 이반짝? 이라며 같은 말을 반복한다. 놀리는 거 같다.언짢다.(아이들은 알아도 괜찮은데 남편이 찾아볼까 봐 언짢은 거다) 이러다 쓰는 내용까지 줄줄 읽어 내려갈까 봐 얼떨결에 책을 펼쳤다. 일보 후퇴. 그 와중에 게 된 내용. 이건 남겨야 했다.



화장실 이야기


"내 안에 똥 있다!"

맨 처음 글을 쓰고 책을 내려했을 때, 주변 사람들이 말렸다. 굳이 그런 사적인 얘기를 세상 사람들한테 전해야겠니?
쓰면서 알았다. 배설이 먼저라는 것. 내 안에 가득 찬 분노와 후회와 슬픔을 모조리 쏟아붓고 나서야 지금 내가 어떤 곳에 서 있는지 분명히 볼 수 있었다. 마치 술에 잔뜩 취해 있다가 조금씩 정신이 드는 사람처럼.
.
.
비우지 않으면 채울 수 없다. 나는 매일 글을 썼고, 평가하려는 원숭이를 외면했으며, 오직 비우는 것에만 집중했다.


일상과 문장 사이_이은대



 전글의 내용을 다듬으며 이렇게까지 얘기해야 하 의문스러웠다. 어쩌면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테지만 나만 아는 부끄러움이 보인다. 누군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내가 먼저 사실을 적으니 현실을 직면할 수 있었다. 감정을 꺼내는 연습을 반복 중이다.



글을 쓴다는 건 시멘트바닥에 딱 달라붙어버린 껌가까스로 떼어내는 것. 꺼져가는 모닥불이 활활 타오르도록 작은 땔감들을 끊임없이 넣는 것과 같. 가라앉은 감정조각들을 다시 일으켜 운다.






비우지 않으면 채울 수 없다. 집안만 미니멀을 만드는 게 아니다. 마음도 글자로 비워낸다. 우기 전에 채우고 싶은 마음을 누른 채 일단 뭐라도 내어본다. 다른 곳에 시선을 둘 겨를이 없다. 아차 하면 하루가 순식간에 지나버린다. 오늘 안에 글을 내어놓아야 내일도 비울 수 있다.



쌓이면 또 보내야지하는 마음으로 눈물이 나면 나는 대로 웃음이 나면 박장대소할 수 있는 막힘없는 글을 쓰고 싶다. 그러기 위해 오늘도 워낸다. 보내니까 후련하다. 발행하니 시원하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작가의 이전글 워킹맘의 성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