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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Oct 18. 2023

커피 그 이상의 가치


점심을 먹고 산책을 하기 위해 직장 근처 공원으로 나왔다. 아침저녁으로 제법 서늘한 기운이 감돌지만 한낮의 내리쬐는 햇살은 아직 따스하기만 하다. 높고 넓은 청량한 가을 이내 매료되어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잠시나마 속이 뻥 뚫린다. 이 순간만큼은 세상 근심걱정이 다 사라지는 듯하다. 일부러 짬을 내어 나오지 않는다면 이런 순간들조차 누리지 못한다.



걷다 보니 열기가 올라 카디건을 벗었다. 목이 탄다. 의식의 흐름에 따라 분위기에 심취해 시원한 아메리카노가 각이 났다. 공원 근처에 있는 *다방에서 커피를 주문했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흐트러진 머리정돈할 겸 단발조차 되지 않는 짧은 머리를 위에서 아래로 어당겨 디스 땋았다. 삐져나온 머리카락은 검은 똑딱 핀으로 고정시킨다. 글쓰기창을 열어 커피 한 모금에 문장하나를 끄적인다. 완성되지 않아도 이 흐름자체가 흐뭇하다. 알찬 간과 함께 미리 준비한 커피로 오후의 일과가 더욱 든든해졌다.






커피를 찾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오후의 졸린 잠을 쫓기 위해 카페인 충전으로 힘을 빌리기도 하며 커피 향에 취해  마음의 안정을 찾기도 한다. 쉬는 날엔 독서의 계절이라고도 불리는 가을과 어울리는 책 한 권을 고른 뒤 흐름에 방해되지 않도록 커피 한 모금도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음미한다. 책을 덮으려니 떨어지는 낙엽하나 주워다 코팅을 해 책갈피로 썼던 옛 억이 몽글몽글 떠오른다. 커피 한잔의 여유라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일상의 소중함을 커피와 함께 한다.  속엔 공감과 위로가 다. 천천히 가도 다며 달래주기도 하며 때론 으샤하며 열정도 불러일으킨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마실 수 있는 커피 한 잔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마음가짐도 달라진다. 언제 어디서든 내 곁을 묵묵히 지켜주는 그런 든든한 친구 같은 존재다.





텀블러에 든 얼음알갱이가 오후 내도록 정신을 번쩍이게 만든다. 정신 차리고 일하란다. 채찍질도 겸한다. 느새 일상 속에 녹아들어 없어서는 안 될 피 그 이상의 가치로 깊숙이 스며들었다.  아직은 아이스아메리카노로 버티고 있지만 금방이라도 찬 기운이 돌게 되면 언제 따끈한 아메리카노로 배신할지 모르겠다.








결국엔 카페인  된 걸까.












사진출처: 햇님이반짝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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