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평범한 일상의 늦은 밤거리.여느 때와 달리 저녁을 먹은 후 동네 공원을 걸으러 나왔다. 걸을 땐 양팔을 있는 힘껏 반동해 열심히 걸어야 제맛인데 비오는 날 걷는다는 건 우산으로부터영 자유롭지 못하다. 궂은 날에도 걸으러 나온 나에게 칭찬해 주며 공원을 유유히 걸어본다. 비가 오는 날에 걷기란 유독 메마른 감정에 맑디 맑은 빗방울로 내 마음을 한번 더 들여다보고 싶은 날이기도 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두사람이 겨우 지나갈정도로의 인도를 걷는 중이었다. 우산은 쓰지 않았다. 이내 줄어든 빗방울에 거추장스러운 우산은 오른쪽 팔꿈치에 걸쳐놓았다.조금 맞으면 어때, 어차피 씻을 건데 하며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던 중 맞은편에 한 남자가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다른 이와 통화를 하며 나에게 점점 다가왔다. 그의옆을 스쳐지나가는 찰나 그는나에게 혹여나 비에 젖을까 무심한 듯 선한 미소로 살포시 자신의우산을 씌어주었다. 어머! 이 남자 머야? 단 한 톨의 빗방울도 허용치 않게 해 주었다.단1초간이었지만. 의도했든 의도치 않았든 그 1초 동안만큼은 낯선 남자가 우산을 씌어주었다. 짧디 짧은 만남에 인사도 제대로 나누지 못한 채 그 자리에서 헤어져야만 했지만 불편하지 않은 배려가 고마웠다. 다음에도 만날 수 있을까?
그 남자는 단지 그냥 제 갈길을 간 사람이다.우산을 들지 않았다면 길이 좁아 내 얼굴에 가차 없이 맞았을것이다. 어찌 되었든 배려는 배려다. 누군가의 온기 있는 선한 영향력(?)에 주책없는 아줌마는 1초의 찰나를 1분으로 늘이고 싶었나 보다.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생각하고 싶은 대로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쳐본다. 상상은 자유니까. 남편에게 얘기해본들 분명 1도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헛웃음만 나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