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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Oct 06. 2023

파헤치고 파고든다


글쓰기로 다른 무언가를 바라는 욕망이 있어 오늘도 글감 찾아 어슬렁거린다. 욕망을 바라기엔 필력이 아쉬울 뿐. 그저 쓰는 것을 싫어하지 않고 즐길 수 있길. 그거면 된 거지. 오늘 쓰면 오늘 좋고 내일도 쓴다면 내일도 좋고 기쁘면 기쁜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매일 쓸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깨춤이 절로 들섞이는건 예삿일이 된다.


그냥 쓰고 안 쓰고의 문제다. 차라리 이런 마음이라도 남길 수 있다면 된 거다. 하루하루 생각나는 걸 기록할 수만 있다면 마음 한편 묵은 체증은 절로 사라진다.


그게 어디 말이 쉽지. 쓰고 싶다고 그냥 술술 쓴다면 누구나 글쓰기에 대한 고민은 일도 하지 않겠다. 하고자 하는 말은 어렴풋이 떠오르지만 말을 트지 못한 돌쟁이가 되어 옹알이하듯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한다. 이럴 때 꼬리에 꼬리를 무는 프로그램이라도 애청자였길 바래보지만 한 번도 끝까지 본 적이 없다.


작가의 서랍에 있는 이 글 저 글을 괜히 두리번거리며 물고 늘어질 것이 없나 살핀다. 스크롤을 한참 내려보지만 이미 그때의 생동감을 다시 찾기엔 유효기간이 한참 지난 글조각들 뿐이다. 어디까지 내려가나 눈이 핑핑 돌고 손가락만 아프다. 심폐소생을 하여 다시금 생명을 불어넣고 싶은 심정이다. 그러기엔 이미 불씨가 꺼진 지 오래되었다. 그렇다고 무슨 련이 남아 삭제도 못한다. 어찌어찌 하나 얻어걸리면 한번 물면 놓지 않는 진돗개의 근성으로 파헤치고 파고든다.


학생때 해야 할 숙제를 저 하고 놀면 기분이 상쾌하듯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숙제가 의무라면 글쓰기는 임무다. 비슷한 듯 약간의 다른 의미가 있다. 돈을 빌리면 갚아야 하는 건 당연한 의무이며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맡은 바 책임을 다해야 하는 글쓰기는 임무이다. 


항상 즐겁게 쓰고자 하는 마음일 순 없으나 맡은 바 임무를 다는 마음에 뿌듯한 하루를 마감할 수 다. 오로지 글 하나만을 파헤치고 파고든다. 래야 욕망도 가지며 희망도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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