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배경안에 들려오는 소리라곤 옆자리에놀러 온 왁자지껄한 가족들의 웃음소리. 그리고나무지붕에 부딪히는 토도독 빗소리와바다 끝을 알리는 반짝이는 불빛안에 철썩이는 파도소리가 바로 앞이 바다임을 귀로 알게 된다.
바다와 꽤 떨어진 곳에 살고있는 나는 토요일 4시 보장되지 않은 칼퇴근의 감사함에 바삐 몸을 움직인다.어디를 떠나기엔 꽤나 늦은 오후지만기어이 바다를 보고자 남해로 향했다. 동네 친구가 남해에 양들 관리하러 가냐며 농담 섞인 말을 할만큼 아이들이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만해도 남해를 자주 왔었다. 6시 반이 넘을 무렵 저장되지 않은 번호로부터 한통의 전화가 온다. 아직도 펜션에 도착하지 않은 숙박객에게 펜션사장님의 걱정스러운 말투에 곧 도착한다며 안심시켰다. 기준2인에 추가인원 아이들 2인까지 예약한 작은방에 도착했다. 늦게 도착한 이유조차 모르시는 펜션사장님은 쿨하게 추가요금을 받지 않으셨다. 늦게 오라 한 것도 아닌데오로지 우리의 사정으로 늦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장님의 큰 배려로 기분 좋게 저녁 먹을 준비를 했다. 우리 가족이 도착하였을 땐 이미 바다가 바로 앞이지만 눈으론 가늠할 수 없었다. 대신 철썩이는 소리와 그 느낌만으로 설렘 가득 충만했다. 늦은 밤바다 앞 서늘한 기운이 돌지만 겉옷만 걸치면 감성충만한 가을밤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사춘기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툭하면 틱 하며 엄마 속을 뒤집는 아이지만 맛있는 음식과 분위기만으로 부드러워 지길 바랬다면 나만의 착각 큰 오산일 수도 있다. 아직까지 따로 게임시간이 주어지지 않는 아이들조차도 이때만큼은 자유로움을 느낀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너도 좋고 나도 좋은 가을 여행임을 만끽해 본다.
하필 지금 아시안경기기간 중이라 다행인지 불행인지 남편은 아시안 야구경기와 그와는 별게인 손흥민 축구경기마저 번갈아 눈을 떼지 못한다. 오히려 지금이 나에게 절호의 기회일지도 모른다. 덕분에 하마터면 여기가 바다인지도 모를뷰일뻔 했지만감사하게도 철썩거리는 파도소리에 취해 겨우 알아차리게 되었다.글 한 줄 쓰는 데에 더 매진할 수 있었다. 이 얼마나 함께 있음에도 각자의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찬스(?)인지.
여행은 서로가 만족해야 하는 부분이 가장 크다. 함께 행복하려고 오는 여행에 누구는 좋고 누구는 불만만 가득한 여행이 되지 않기를. 서로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옆 방에 자리 잡은 가족 한 명의 이야기가 들린다..
"남해 오면 참 좋다"
지금의 나의 마음을 대변해 주는 말인 듯하다.
'나도 지금 이 순간이 참 좋다'
분명 우리 가족들도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듯하다. 함께인 듯 다른 각자의 자리에서 최고의 순간을 보내고 있는 지금이 참 좋다.
앗.. 글을 마무리하기 전에 야구와 축구경기 모두 승을 거두며 흡족한 표정으로 돌아온 남편. 미안하지만 아직 조금만 기다려줘.....
그나저나 어두운 불빛 아래 보이지 않는 바다에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 마저도 놓치고 싶지 않다. 이것이 짧은 여행이라 더 아쉬운 묘미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