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파도소리가 알람인 듯 저절로 눈이 뜨였다.어제 늦은 저녁 펜션에 도착하여 바로 앞바다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아침일찍 바닷가 해변을 꼭 거느리라 마음먹었다.이때가 아니면 또언제 신선한 아침 바닷공기를 마셔보게 될지 모르기에. 밤사이 내린 비로 날은 흐렸지만 바닷가 운치만은 놓치고 싶지 않았다.
남편과 발맞추어 함께 걸었다. 바닷바람은 꽤 부는 듯했으나 매섭지는 않았다. 근처 숙박을 묵은 사람들과 캠핑족들의 이른 움직임이 활기차보였다.우리와 같이 아침산책을 하러 나온 몇몇 커플들도 보인다. 그들도 나와 같은 설렘이었을까?
아침식사 중딸과 나 사이로 소리소문 없이 언제부터 자리 잡고 있었는지 평생 한 번도 키워본 적 없는 고양이집사의 느낌도잠시 가져본다. 세수좀 하고 오라 해도 꿈쩍도 안 하는 흰냥이.우리가 먹는 음식한번 먹어보겠다는 일념으로 근처 주위를 어슬렁거리는 냥이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곁을 머문다. 알지 아는데 단짠의 맛을 아는 냥이들에게 사람들이 먹는 음식을무턱대고 줄 수는 없었다. 그리곤다행인지 불행인지 옆 방 테이블에서 vip고객인양 식사량을 채우는 듯했다.
오후엔 남해의 독일맥주축제에 들릴 예정이다. 비록 하루뿐인 일정 이언정 지나는 길 고요한 바다에 들러 잠시 쉬어가려 한다.이곳은 과거의 남자친구(남편)와 시외버스를 타고 온 첫 바다이기도 하며 첫째 아이가아장아장 걸어 다닐 무렵 친정가족들과 함께 캠핑을 했던 곳이기도 하다. 어느새 훌쩍 커버린 아이들과 다시 찾은 이곳 사천해수욕장에서 잠시 추억여행을가져본다.
지금 저장해두지 않으면 이 순간 또한 금세 사라져 버리기에아이스박스 위로 블루투스키보드를 살포시올린다.해맑은미소를 지으며 아이들이 달려온다.그 짧은순간때문이라도 토요일 늦은 퇴근에도 불구하고 고속도로에 차를 올리는 이유다. 그리고다음 장소를 탐색하게 된다.이미 사춘기의 터널에 입문한 첫째도 아직은 긴가민가한 시동걸기 전인 둘째도 언제까지 부모와 함께 다닐지는 의문이다. 내일 아니 당장 기분이 변하여 언제 그분이(?) 들이닥칠지 모른다. 소통이 불통되어 파이팅 있게 싸울지라도 오늘의 같은 추억으로 이 또한 연결고리가 되었으면 한다.
오늘은 나만의 시간이 아닌 가족들과함께 한다.아침부터 저녁까지 어딜 가든 바다와 함께하는 일정이다.남해에 머무는 동안 단단한 추억을 만들어 보고자 한다. 가족과 여행의 시너지로 또다시 힘나게 살아가야 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