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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Oct 05. 2023

귀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얼마만의 적막인지. 정말 소중하고 소중하다.

추석연휴로  이 주 만이다. 평일 휴무라야 온전히 내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유일한 하니 반나절이다. 거실 블라인드를 열었더니 바깥 햇살이 왜 이제야 들어오게 하냐며 거실안과 나를 향해 눈부신 햇살을 안겨준다. 집에 가만히 앉아만 있기엔 청량한 가을하늘이 밖으로 유인하지만 현재로선 카페 가는 시간조차도 아깝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늘만손꼽아 기다린다. 한 달에 네 번 주어지는 아무도 없는 공간.  날만 오면 편히 쉬어야지. 이 날만 되면 각 잡고 글 써야지. 책도 읽고 밀린 집안일도 해야지. 이제 반팔을 입기엔 제법 서늘하니 긴 옷을 교체할 시기가 왔다. 할 일 투성이다. 집에만 있으면 왜 그렇게 해야 할 일들이 절로 생각나는지. 나도 어쩔 수 없는 엄마인가 보다. 하지만 이게 나의 주특기다. 생각만 하는 것. 반전이다. 해야지 해야지 하는 것들은 하지 않는다. 나만을 위해 주어진 이 시간을 집안일만을 위해 쓸 수는 없다. 남편 있는 주말에 해야지. 이럴 때 꼭 집안일은 공동체임을 적극 어필한다. 어차피 시작과 끝은 내 손을 거쳐야 하기에 마음먹은 그날이 오긴 올 것이다. 아직은 바람막이 하나면 따뜻하니까.



혼자 있을 때 최소한의 집안일을 후다닥 해치운다. 눈에 거슬리지만은 않게끔. 사실 아이들이 오면 한다. 이건 또 무슨 철칙인지. 아이들이 하교한 후 글을 쓰면 내용이 산으로 가기 일쑤다. 혼자 있어도 어디로 튈지 모를 글이지만 그래도 좀 더 사색할 수 있음에 위안 삼아 본다. 멍 때리고만 있어도 좋다. 고요한 시간 말을 하지 않아도 숨소리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마저 평온하다. 그리고 타자소리로 집안을 가득 메운다.


 

어떻게 돌아온 나만의 시간인데 이렇게 그냥 흘려보낼  없다. 꼭 뭐라도 해보려고 하니 의욕만 앞선다. 원래 시계는 1초 2초씩 가는 게 아닌가? 누가 시곗바늘을 뒤에서 10분 20분을 그냥 돌리고 있는 것 같다. 인마음도 모르고  시계만 참 눈치 없이 돌아간다. 원래 각 잡고 더 잘해보려고 하면 안 되는 법이다.  어영부영 눈치코치 다보며 자투리 시간 쪼개가며 해야 더 긴박함과 해냈다는 성취감이 강다.



글을 쓰지 않았을 땐 바닥과 한 몸이 되어 적극적으로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최선이라 여겼다. 제일 바쁘게 돌아가는 채널만이 그땐 유일한 친구였다. 이젠 티브이는 할 일을 해놓고 보지 않는 이상 내 시간을 갉아먹는 일한 존재다.






이런 소중한 시간에 글이라도 완성했으니 이제 정말(?) 나만의 시간을 보내야겠다. 근데 진짜 글만 쓰려고 작정하고 앉아있으려니 보통일이 아니다.  좋으려고 쓰다가 뒷골이 땅긴다. 좀이 쑤신다. 역시 가만히 앉아있을 모양새는 아닌가 보다. 다시금 엉덩이가 들섞인다. 보통 아이등교할 때 같이 나가서 걷고 오는데 오늘은 늦잠을 자버렸다. 이제 나의 위장이 열일할 시간이다. 일엔 면이지. 그리고 배꼽 한번 붙잡고 시원하게 쏟아낼 웃음보따리(옛날사람) 영상 있나 찾아봐야겠다. 심을 먹어도 아직 오후시간이 남았으니 소소한 행복한 고민이 다시 시작된다. 깥으로 나가야겠다. 그렇게 귀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사진출처: 햇님이반짝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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