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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Oct 04. 2023

우웩! 은행 냄새

꼭 이 길이어야만 한다


어김없이 저녁을 먹고 공원으로 걸어 나오는데 길바닥에 떨어진 은행나무 열매들이 한가득이다. 


우웩! 은행 냄새  

웬만한 방귀냄새보다 더 독하다.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다 혹여나 신발바닥에 제대로 묻혀 집까지 따라온다면 생각만 해도 찍하다. 이걸 누가 말리나. 치울 배짱도 이것 때문에 돌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바닥에 깔린 지뢰를 요리조리 피하듯 최대한 닿지 않길 바랐지만 그럴 만한 요령도 없다.


그 길을 조심조심 내리밟고 지나는 사람도 아예 인도 밖을 걷는 사람도 있다. 나란 사람은 인도 밖은 차가 다니는 도로여서 아예 밖으로 나갈 엄두도 못 냈다.






놓여있는 상황은 같은데 본인들의 선택지는 제 각기 다르다. 인도 밖은 위험하다. 언제 쌩하니 다가올지 모르는 차들로 도로 바깥쪽을 발 내딛을 수는 없었다. 나의 신발은 소중하지만 잠시 도로 위를 걸어보겠다는 생각도 하지 않은 건 아니다. 인도 밖은 나의 영역이 아니기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까지 파고들어야 하는 이유는 모든 일의 선택은 나로부터 시작하니까. 혹여나 인도 아닌 도로를 선택할 경우 다른 사람에게까지 피해를 줄수도 있다. 내 안에서 결정해야 할 일이다.



오로지 인도를 지나가야 한다면 정면승부를 볼건지 아니면 최대한 피해보고자 중간중간 빈 곳을 공략해 보지만 언제까지 피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술에 취해야만 했던 말을 하고 또 하는 줄 알았다. 을 쓰다 보니 그게 아니더라. 쓰고자 하는 마음은 같은데 내 마음처럼 가지 않을 때 했던 말을 또 하게 된다. 평소 내가 힌 생각 그것 하나만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꼭 이 길 이어야만 한다. 다른 길은 없다. 아니면 다시 먼 길을 둘러야만 한다. 그러기엔 주어진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 그리 많은 길을 걸어온 건 아니지만 이제 이 길을 선택한 이상 은행열매든 똥이든 밟아야 한다. 비가 오길만을 기다리던가 말라 없어질 때까지 기다릴 수만은 없다. 내가 걷기로 선택한 그 길. 냄새나지만 지나가야 한다. 이 길이 내 길인지 아닌지는 지나가봐야 알 수 있다. 상상으로의 꽃길만 걷고 싶다. 그 길은 눈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꼭 밟아야 한다면 이왕이면 꽃길이고 싶지만 다른 대안이 없다면 뭐라도 밟고 지나갈 수밖에.






아이들에게 배부른 소리 하고 있다는 말을 은연중에 하게 된다. 원하는 모든 걸 들어줄 수는 없지만 살아가는데 기본적인 의식주는 제공하고 있다. 아이들은 기본적인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않는다. 지금의 아이들은 모든 게 갖춰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어진 모든 것들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알려주고 싶다. 아이들에게 꽃길만 걷게 하고 싶은 부모마음은 다 같다. 길을 가다 예상치 못하게 은행열매의 곱지 않는 지뢰밭길도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 굳이 엄마인 내가 알려주지 않아도 이미 학교에서 친구사이에서 다름을 알고 쓴맛을 경험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본인이 직접 밟고 겪어봐야 아는 그 냄새. 그 느낌과 함께 스스로 많은 경험을 해보았으면 한다.

 



엄마인 나도 아직도 직접 밟고 경험해봐야 하는 일들이 많다. 서로가 가야 할 길은 다르기에 같이 걸어가 줄 수는 없지만 그 길이 너무 힘들지만은 않도록 따스한 불빛만은 꺼지지 않도록 밝게 비춰주고싶다.











사진출처: 님이반짝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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