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햇님이반짝 Oct 02. 2023

우리가 예쁜 거 먹어야 되는 거 아니야?

명태 전을 굽고 있는 남편의 옆에서 보조를 하고 있던 참이었다. 옆에 조차례상에 올라갈 전들은 차례대로 예쁘게 줄을 세웠다. 그중 예쁘지 않고 삐죽빼죽 못나게 굽힌 전들은 지금 당장 먹을 것이라며 이것저것 한데 뒤섞인 통에다가 막 담아두었다. 그리고 이내 옆구리가 터져버린 명태 전도 예외 없이 막통? 에 담긴 다른 전 위로 휙 던지다시피 놓아졌다.



오빠, 조상들 먹는 건 이렇게 예쁘게 놓고

정작 우리 먹을 건 저렇게 막 놓네. 원래 우리가 예쁜 거 먹어야 되는 거 아니야?


올해 설까지만 해도 그러려니 별 대수롭지 않았다. 유독 이번 명절에  의문스러운 게 많아진 건지. 질하나에 글까지 이어보려니 결코 그냥 지나가는 궁금증은 아님을 감지했다.


잠시 생각에 잠기던 남편은 "그렇네. 우리 마누라 책보더니 생각이 달라졌네."


응?그거랑 책 보는 거랑  상관이 있던. 그 와중에  딴 데 가서 책 본다 얘기는 하지 마라며 움찔하는 나. 이런 생각은 또 왜 했던 걸까. 책 보는 게 부끄러운 건 아닌데. 아니 책을 봐도 발전 없어 보이는 스스로가 부끄러웠나 보다.






이 상태로 마무리를 했어야 했나 싶을 정도로 석 전날의 물음표에 3일 동안 마무리를 짓지 못했다. 다시 읽고 썼다가 지우기를 반복했다.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인지 결론이 나지 않음에 속만 타들어갔다.


아무렇게나 던져진 전을 보니 나 같았나? 평소 나를 위해서라도 스스로를 잘 챙겨보고자 하는 생각과 현존하지 않는 조상들도 이렇게나 챙기는데 현재 살고 있는 지금의 나에게 더 충실하고 싶었나 보다. 3일 동안  시댁과 친정을 오갔지만 책 한번 거들떠보지 못했다. 마음만 먹었다면 충분히 읽고 쓸 시간은 많았겠지만 시간이 없는 게 아니라 집중하지 못했다.


그러고 보니 평소 나에게 잘했다면 자존감을 더 잘 지켰다면 뜨문뜨문 이런 의문까지 걸림돌이 되지 않았겠다. 매일의 나를 돌보며 예쁘게 잘 차려먹었더라면 겨우 일 년에 손꼽히는 차례음식 놓는 일까지 시샘하는 일은 없었을 일이다. 이제 조삼님들도 그러려니 하실 테지. 챙겨주는 것도 고맙다며 이런 걸로 꽁해있지 말고 평소 자신에게 더 집중하라며 타이르는 듯했다. 연휴기간 동안 나만의 시간을 가지지 못한 것에 투덜댈게 아니라 가족들과 함께 있을 수 있음에 더 감사하며 평소의 루틴을 더 탄탄하게 지켜나가야 함을 알게 해 준 이번 추석연휴였다.









사진출처:님이반짝 갤러리







작가의 이전글 명절이 또 다가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