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 전을 굽고 있는 남편의 옆에서 보조를 하고 있던 참이었다. 옆에 조상님들 차례상에 올라갈 전들은 차례대로 예쁘게 줄을 세웠다. 그중 예쁘지 않고 삐죽빼죽 못나게 굽힌 전들은 지금 당장 먹을 것이라며 이것저것 한데 뒤섞인 통에다가 막 담아두었다. 그리고 이내 옆구리가 터져버린 명태 전도 예외 없이 막통? 에 담긴 다른 전위로 휙 던지다시피 놓아졌다.
오빠, 조상들 먹는 건 이렇게 예쁘게 놓고
정작 우리먹을 건 저렇게 막 놓네. 원래 우리가 예쁜 거 먹어야 되는 거 아니야?
올해 설까지만 해도 그러려니 별대수롭지 않았다.유독 이번 명절에 더의문스러운 게 많아진 건지. 질문하나에 글까지 이어보려니 결코 그냥지나가는 궁금증은 아님을 감지했다.
잠시 생각에 잠기던 남편은 "그렇네. 우리 마누라 책보더니 생각이 달라졌네."
응?그거랑 책 보는 거랑 뭔상관이 있던가. 그 와중에 딴 데 가서 책 본다 얘기는 하지 마라며 움찔하는 나. 이런 생각은 또 왜 했던 걸까. 책 보는 게 부끄러운 건 아닌데. 아니 책을 봐도 발전 없어 보이는 스스로가 부끄러웠나 보다.
이 상태로 마무리를 했어야 했나 싶을 정도로 추석 전날의 물음표에 3일 동안 마무리를 짓지 못했다. 다시 읽고 썼다가 지우기를 반복했다.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인지 결론이 나지 않음에 속만 타들어갔다.
아무렇게나 던져진 전을 보니 나 같았나? 평소 나를 위해서라도 스스로를 잘 챙겨보고자 하는생각과 현존하지 않는 조상들도 이렇게나 챙기는데 현재 살고 있는 지금의나에게 더 충실하고 싶었나 보다. 3일 동안 시댁과 친정을 오갔지만 책 한번 거들떠보지 못했다. 마음만 먹었다면 충분히 읽고 쓸 시간은 많았겠지만 시간이 없는 게 아니라 집중하지 못했다.
그러고 보니 평소 나에게 잘했다면 자존감을 더 잘 지켰다면 뜨문뜨문 이런 의문까지 걸림돌이 되지 않았겠다. 매일의 나를 돌보며 예쁘게 잘 차려먹었더라면 겨우 일 년에 손꼽히는 차례음식 놓는 일까지 시샘하는 일은 없었을 일이다. 이제 조삼님들도 그러려니 하실 테지. 챙겨주는 것도 고맙다며 이런 걸로 꽁해있지 말고 평소 자신에게 더 집중하라며 타이르는 듯했다.연휴기간 동안 나만의 시간을 가지지 못한 것에투덜댈게 아니라 가족들과 함께 있을 수 있음에 더 감사하며 평소의 루틴을 더 탄탄하게 지켜나가야 함을 알게 해 준 이번 추석연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