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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Aug 21. 2023

새벽 두 시에 남편 폰을 열었다

은밀하고도 신속하게 지워버렸다


토요일 아침 근을 위한 기상을 했더니 알람이 와있다. 조회수 1000, 2000  이미 지난 수요일 글이다. 토요일에서 일요일로 넘어가는 늦은 새벽까지 다음 글을 작성하고 있던 중 너무나 궁금했다. 낮에도 한 번씩 들어가 보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물론 그곳밖에 없는 걸 알면서도 내 눈으로 직접 마주하고 싶었다.


도대체 어디 있는 거냐. 나의 소중한 글아. 나도 못  글이 어딘가에 떠돌고 있다. 길 잃은 어린아이처럼 정처 없이 구난방 헤매고 있는 것만 같았다. 조회수는 감사하게도 1만을 찍었고 지금 새벽에도 꾸준히 열일을 하고 있다. 




내 폰으로는 도저히 찾을 수 없어 새벽 두 시를 한참 넘어 자고 있는 남편 폰을 열었다. 드디어 발견했다. 어라.. 바로 나오네. 배경그림조차 하나 없이 덩그러니 제목만 올려져 있다. 이런데도 본다고? 클릭의 힘은 무섭다. 그러면서 남편 폰으로 내 글을 클릭했다. 하지만 라이킷은 누르지 않았다. 그리고는 내가 본 '홈&쿠킹' 삭제했다. 혹여나 남편이 볼까 봐. 꼭 봐선 안될 글을 본 것처럼 은밀하고도 신속하게 지워버렸다. 절대 흔적을 남겨서는 안 된다. 아예 모르는 다른 사람은 봐도 남편은 안된다. 분명 이런 걸 왜 올리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99% 이야기할 것 같다. 머 좋은 일이라며  딸내미 망신시킬 일 있냐는 상상 속 남편의 말이 환청으로 들릴 지경이다. 남편은 내가 작가라는 것은 알지만 가끔 본인에 대한 글을 쓰고 있는 것에서는 꿈에도 모를 거다. 평소 인스타를 보거나 사생활 이야기를 올린다는 이야기만 들어도 그런 걸 왜 올려라는 부정적인 말을 하기 때문이다. 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을 올리는 것에 대해 이해를 못 하는 사람이다. 


글을 쓴다는 건 그것보다 더했음 더했지 결코 덜한 일이 아니다. 나의 이야기를 더군다나 가족 이야기까지 구구절절하고 있다는 걸 알면 당장 그만 둬라 할지도 모르겠다. 아,  돈이 되는 일이라면 또 세상 너그러워지려나.



남편 폰에 있는 글 타임스탬프로 찍음


이 글이 메인에 뜨는 것이 그리 탐탁지만은 않았다.  온 세상만사에 꽁기 있는 마음을 들킨 것만 같았다. 약간 속상했던 일이라 스쳐 지나갔으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 더 상기시키듯 글을 올리는 이유가 생겼다.



그거 하나만은 확실해졌다. 적어보니 알았다. 더 자세할수록 언제든지 있을법한 일들, 미묘한 감정선을 있는 그대로 표현할 때 더 적극적으로 공감해 준다는 사실을. 고민했다. 글 올려놓고 이렇게까지 적을 필요가 있을까라고 생각하고 발행 후에는 에라 모르겠다는 마음이 있었다. 이렇게까지 적은 보람이 생겼다. 많이 봐주시고 이 글 덕분에 몇 명의 구독자가 늘었다는 것에 감개무량할 따름이다.



기존작가분들의 공감도 엄청 감사하다. 같이 글 쓰는 분들은 그 창작의 고통을 알기에(?) 더 후한 라이킷을 주시는 것도 있다고 생각한다. 글만 쓰면 달려와 자동으로 라이킷을 눌러 주시니. 나도 그러하다. 얼마나 고민하며 적으셨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어쩌다 메인에 노출이 되면 간혹 을 쓰지 않는 일반사람들이 공감을 눌러준다. 신기하고도 더 힘이 나기도 한다.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보니 대부분이 글을 쓰지 않는 분들이 악성댓글을 주로 남기시는 걸 보고  양날의 칼날 같다는 생각도 해본다.  나라는 사람을 모른 체 오로지 글하나 만 보고 라이킷을 눌러주는 분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공감과 위로의 뜻으로 함께 한다는 것에 더 감사하지 않을 수가 없다. 정말 개인의 사소한 말 한마디에 마음이 움직인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알고 있다. 잠시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며 물거품인 것을. 나의 글을 지켜보고 있고 더 열심히 꾸준히 쓰라는 응원의 메시지다. 글에 비해 잠시라도 소중한 시간 내어주읽어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다. 송구스럽기까지 하다. 혹여나 아차 싶어 잘못 눌렀을까 봐. 제목만 보고 기대에 찼을 생각에. 금 제목도 다른 무언가를 상상하고 들어왔을 수도 있겠다. 이미 내용은 삼천포로 빠져들었지만 사실 그런 신경 쓸 여유조차 없다.


오랜만에 조폭을 맞아 너무 설레었나 보다. 하고 싶은 말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다. 초보작가에겐 우쭈쭈만 한 게 없다. 이래서 칭찬이 겁나 중요하다.









사진출처:제목 픽사베이, 햇님이반짝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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