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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Sep 13. 2023

평생 끝나지 않는 숙제

정답 유포는 없다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와 내가 처음으로 떨어짐을 느꼈던 순간이 있다. 첫돌 무렵 모유수유를 떼야할 시기. 오로지 너와 나의 체온으로 연결된 우리였다. 모유와 그렇게 떼려야 뗄 수 없을 줄 알았다. 그래도 떼야만 했다. 해야만 하니까.  아이와 내가 느낀 첫 정을 떼어낸다. 정말 이렇게나 악랄하게 끊을 줄이야. 그때를 생각하면 이런 매정한 어미가 있나 싶을 정도로 단번에 끊었다. 새벽 내도록 울어대는 너를 보며 내 마음도 미어졌지만 한 번에 끊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단호함이 지금까지도 너에게 그런 느낌의 감정이 남아있는 것만 같다. 아이와 나는 다른 존재임을 명시했다.



내 손을 떠났다고 느끼는 두 번째는 기저귀만 떼도 다 키운 것만 같았다. 스스로 배변활동을 하는 네가 그렇게 기특할 수가 없다. 그렇게 혼자 할 수 있는 일들이 하나둘씩 늘어났.






이들을 키웠다고 느끼는 기준은 부모마다 다르다. 가장 보편적인 기준은 자녀가 성인이 되는 순간이 아닐까.  이상의 간섭은 다. 물론 부모로서 애정과 관심을 놓을 수는 없다. 애정은 주되 어디까지나 참견이라고 느껴지는 부분은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다. 그 기준이 참 애매모호한 게 문제다.



내 품 안에 자식이지만 언제까지나 부모 곁에만 있을 수는 없다. 성인이 된 자녀는 스스로 살아갈 길을 찾거나 결혼을 다. 그럼 평생 숙제가 끝난 줄 알았더니 결혼하면 또 아이를 낳니 안 낳니에 이어 엄마가 봐주니 안 봐주니라는 끝난 것 같지만 끝나지 않는 새로운 숙제가 계속 생긴다.






육십 대 후반의 실장님과 함께 일을 한다. 유독 말씀하는 걸 좋아하시는지라 본인은 물론 사돈에 팔촌까지 그리고 주변 사람들 이야기를 본의 아니게 자주 듣게 된다. 지긋한 연세에 노후를 편안하게 보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직 몸도 마음도 독립하지 못한 40~60대의 자녀와 불편한 동거를 자처하는 부모님들이 적지 않다. 그 속에는 대부분의 자녀들이 우울증을 동반한 마음의 병이 있어 일을 하지 않는 아니 못하는 상황도 있다. 이런 경우를 종종 접하게 되면 정말 자기 앞가림만 잘해도 무슨 걱정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게 가장 평범하면서도 고난도의 미션 같다. 당장은 나와 상관이 없을 것 같은 먼 미래의 일로만 느껴지지만 누구도 내 일이 아닐 거라고는 장담하지 못한다.



부모는 평생 자식 걱정에 매사 노심초사하는 마음의 짐을 이고 살아간다. 잘해도 걱정 못하면 더 걱정.  어쩔 수 없는가 보다. 지난날 아이들에게 했던 말이 있다. 우리는 20대 중반까지만 함께 할 수 있다며 그 뒤로는 너희 살 길 알아서 찾으라며 농담인 듯 진담 섞인 말을 전했다. 꼭 이른 정을 떼려는 듯 뜻하지 않은 마음과 다르게 말이 나온다. 아니 말해야만 했다. 이미 아이들은 내가 생각했던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다. 그렇게 돼서도 안된다. 아이들의 생각은 존중하되 세상 밖으로 나가기 전까 최대한 다듬어주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그 조차도 쉽지 않다. 부모님으로부터 받는 사랑에 비해 우리 아이들에게는 왜 이렇게까지 냉정히 말하는지 모르겠다. 어련히 알아서 잘할까. 은연중에 이 험한 세상 홀로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이 크게 다가올수록 더 냉정하게 대하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우리 부모님에게 받은 게 사랑이라는 것을 나도 결혼 후에야 비로소 크게 와 닿게 되었다.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은 천지차이임을 부모가 되어서도 이제야 하나씩 알아가는 중이다. 사실 아직도 멀었다. 잘 키우는 것과 잘 자라주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인 것 같다. 그냥 막 키워도 잘 자라주길 바란다. 그렇게 욕심만 많은 엄마다.






잘살아야 한다는 결론은 하나인데 어떻게 잘 살아야 하는 과정은 수만가지다.  그 어떤 결론도 수긍하지 않을 수없다. 정답 없는 삶에 평생 나지 는 숙제를 우리 아이들을 통해 그리고 글을 쓰면서 홀로 풀어내고 있는 중이다.









사진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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