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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Sep 11. 2023

가을이라는 뻔한 핑계


여름도 그냥 물러나기 아쉬운 듯 한낮의 태양은 뜨겁기만 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은 가을이라는 이름으로 어느 순간 내 곁으로 성큼 다가왔다. 시원한 바람이 볼 옆을 스치기만 해도 이제 한결 숨쉬기가 수월하다.






가을은 묘하게 사람을 차분하게 만든다. 솔솔 불어오는 바람 안에 마법의 가루를 뿌린 듯 현혹시킨다. 그래서 사 하게 만드는건가? 한번 빠져든 생각에 꼬리에 꼬리를 물기라도 한다면 발버둥칠수록 더 깊게 파고든다. 가을이와서 괜히 마음만 싱숭생숭하다는 뻔한 핑계를 대어보기도 한다. 해도 얼마 남지 않은 달을 굳이 헤아려보고 그래도 아직 남은 달이 있다며 미련가득 이루지 못한 버킷리스트를 끄적여본다. 퍽이나 이루겠냐만은  또다시 이미 배부른 음만 먹어본다.






오지 마라 한들 안 올 아이도 아니고  빨리오라고 다그쳐봤자 제 속도대로 오고 있음을 안다. 어느 순간 알듯 말 듯 다가온 가을을 마주하는 시간은 그리 길게 주어지지 않는다. 긋하면서도 조금 더 머물러주길 바라는 마음이 들 때쯤이면 어느새 차디찬 기운이 매몰차게 가을을 밀어버린다. 급작스럽게 지나버리지 않도록 지금의 가을을 천천히 만끽하고 싶다. 살랑 불어대는 가을바람에 몸을 맡겨 흔들리는 꽃잎처럼 나도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유연하게 떠다니고 싶다. 혹시 알까?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이 어딘가에 정착해 새로운 싹을 틔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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