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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Sep 23. 2023

이 순간을 누릴 수 있는 나는 행운아다


휴무 날 아이들 등교 후 공원을 걸으러 나왔다. 비까지 보슬보슬 내려 촉촉이 젖은 나무들과 동행하려니 나조차도 한없이 감성에 젖어든다. 이 순간을 누릴 수 있는 나는 행운아다. 행복이라는 탄성이 절로 내비친다.



물길은 발걸음보다는 랐지만 나 먼저 가 있을 테니 이 길을 음미하며 천천히 따라오라고 말한다. 그래 서두를 거 하나 없다. 자기들만의 속도가 있으니 물길이 빠르다고 질투 나지 않는다. 물길이 빠르다고 조급해하지 않는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는 마음이 절로 일렁인다. 순리대로 살고 있으면서 그 중간중간 하고 싶은 일을 끼워 넣는다. 



솔직히 졸졸 흐르는 물과 나를 비교할 수는 없다. 우린 서로 아예 다른 존재이기에. 비교는 서로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끼리의 거리에서 시작된다. 조금만 더하면 나도 저 사람처럼 될 것 같은데 지금 내가 이 상황만 아니었더라면 잘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지만 이때 뿐이다. 이런 생각은 도움이 안된다.



걸으면서 장소가 옮겨질 때마다 나의 마음도 전 뒤집듯이 바뀐다. 사람들마다 각자 놓여 있는 상황은 다 제 각기다. 똑같은 상황은 없다. 막연히 하고 싶다는 생각은 같겠지만 하고자 하는 마음이 뭔지 왜 해야 하는지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에 대한 목표부터가 다르다. 오늘 만보 걷고 오늘 글 쓰고 오늘의 기분을 살핀다. 


이런저런 잡다한 생각들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려보내는 중이다. 걸을 때만큼은 어느 한 곳에 머물지 않는다. 타인의 마음을 쥐락펴락 할 수는 없지만 최소 내 마음만큼은 잡을 수 있어야 되지 않을까라생각에 걷고 또 걷는다.



비가 와날은 좀 흐리지만  마음의 날씨는 그 어느 때보다도 맑음이다. 나오지 않았다면 못 보았을 테고 보지 않았다면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느낄 수 없었다면 적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어떡해서든 걸을 수 있는 틈을 노려본다. 나를 위해서. 나를 위한 일이 나만을 위한 일은 되지 않기를 바란다. 특히나 아침의 기회를 엿본다. 아침 걷기의 상쾌한 시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귀중하다. 걷고 보고 느끼는 자체가 힐링이며 글까지 완성되는 날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가치까지 선물 받은 셈이다.



걸어서 행복해져라.
걸어서 건강해져라.
우리의 나날을 연장시키는
즉, 오래 사는 최선의 방법은 끊임없이
그리고 목적을 갖고 걷는 것이다.

_찰스 디킨즈(영국 작가)




인생의 고수는 아니지만 하수만은 되지 않길 바란다. 몸과 마음이 지칠 때 걷기를 멀리하는 날이 간혹 있다. 그럴 때일수록 왜 걸어야 하는지 다시 한번 되새긴다. 오늘도 푸른 공원을 걷고 내일과 모레도 걸을 것이다.  튼튼한 두 다리와 함께 인생의 길은 어디로 가야할 지 좀 더 나은 해답을 찾는다. 이 길로 쭈욱 타로 집을 향하면 더 재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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