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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Sep 26. 2023

나랑 이렇게 안 맞다

다름을 인정할 뿐


녀 둘 반대편에서 서로를  마주하며 걸어오고 있다. 사실 둘 다 폰을 보고 있다. (당연하지 서로 모르는 사이인데) 서로에게 다가가며 교차되어 (우 결혼했고 두 아이가 다) 그리고 다시 제 갈 길을 간다.(함께 살지만 서로의 시간도 보낸다)  뒤를 이어 저 멀리서 한 커플이 서로 허리를 감싸 안으며 그리 넓지 않은 길을 여유롭게 같은 곳을 바라보며 걷고 있다.(우리 서로 같은 방향을 보며 살아가고 있다)




일요일 오후 아이들에게 같이 걷고 저녁 먹고 오자며 얘길 했지만 둘 다 탐탁지 않은 반응이다.(작년만 해도 졸졸 따라 나왔던 아이들이었는데) 첫째의 운동부족이 신경 쓰여 걷자고 권유했다. 안 간단다. 오후 내도록 큰아이의 짜증 섞인 투정과 조용히 나만의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에 보상받고 싶은 생각에 어서 탈출하고 싶은 마음도 컸다. 한번 더 같이 나가자고 말했지만 안 나간다는 말에 더 좋아해야 하는 건지 세 번은 권하지 않았다.



남편이랑 저녁메뉴를 신중하게 골랐다. 돼지찌게랑 고추장불고기를 먹을 생각에 옆동네까지 걸어갔다. 이미 공원에서 만보를 걷고 설레는 마음으로 저녁을 해결하려고 가던 길이었다. 아뿔, 가는 날이 장 날이. 문이 닫혔다. 인터넷엔 분명 영업 중인데. 남편은 이내 운도 없는 날이라고 했지만 꼭 그렇게 부정적으로만 생각할게 아니라며 이건 우리에게 다른 기회가 온 거라(내심 아쉬웠지만) 다독였다.



사실 그전에 생각했던 메뉴가 있었지만 돼지찌게 사진에 혹해 발길을 돌렸던 것이다. 어제 못 먹은 술 한잔이 아쉬워 다음 날 물색했던 이유도 있었다. 려고 했던 순대집으로 다시 발 길을 돌렸다. 둘 다 처음 가보는 곳이다.



남편은 막창순대를 잘 먹었고 나는 고기 비빔국수가 입맛에 맞았다. 그리고 우리는 각자의 속도에 맞추자며 소주도 따로 시켰다.(이 주 전 남편속도 맞추다가 식겁했다)




며칠 전 글쓰기수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줌수업은 얼굴공개였고 열심히 듣던 중 강의하시는 작가님은 글쓰기 예시를 들려주기 위해 나를 지목했다. 58명 중 나? 당황했지만 소개를 해야 했다. 세상 버벅거리며 어떤 일을 하고 있고 몇 시에 퇴근하며 자연스레 묻는 질문에 무장해제가 되어 저녁은 일찍 퇴근하는 남편이 거의 차리고 있음을 밝혔다. 분명 우리네 일상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했을 뿐인데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음을 감지했다. 남편이 불만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고도 말했다. 가끔 늦게 퇴근하는 남편을 대신해 저녁을 준비할 때도 있지만 그 비중은 . 하지만 다른 부분을 분담하고 있다는 말은 하지 못했다. 맞벌이를 하지만 엄마인 내가 저녁을 준비하는 게 당연했던 걸까. 아니라고 했어야 했나 싶었다. 딴에는 이 말이 계속 걸렸나 보다.(수업은 인상 깊었고 그 별개의 이야기입니다)

 



진실이 알고 싶었다. 평소 저녁을 준비하는 데에 있어서 크게 이의제기는  남편에게 물었다.


"오빠 매일 저녁 준비한다고 힘들지? 그래서 내가 저녁은 못하지만 다른 걸 해줬으면 하는 게 있어?"


깔끔한 주방을 원한단다. 그렇다. 요리랑 정리는 확연히 다르다. 식사 후 사방팔방 튄 뒷정리는 내 몫이다. 남편이 쉬는 주말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하지 않은 날이 있었다. 좀 미안하고 뜨끔했다. 확실히 알게 되었다. (이걸 꼭 말해야 아나) 은연중 알지만 서로가 원하는 걸 정확히 이야기하지 않으면 모른다. 나도 그도 서로 원하는 걸 부족한 걸 채워나간다.




남편은 내가 다 먹을때까지 기다려주거나 내 것을 먹는다.


부부는 아주 사소한 하나까지도 다름을 예민하게 받아들인다. 매일 보니까. 앞으로도 함께 해야 하니까. 아이스크림 하나 먹는 것조차도 나랑 이렇게 안 맞다. 하나같이 다르다. 속도부터 맞지 않는다. 그는 빠르고 나는 느리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의 다름을 알고 인정한다. 다른 걸 이해하지 못했다면 지금껏 매일의 다툼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다른 이는 이해하지 못해도 우리 둘만의 약속을 지켜나간다. 앞으로도 맞지 않는 부분은 부딪힐 것이다. 해결되지 않으면 골이 파진다. 때론 같이 때로는 각자의  시간을 가지며 부부는 그 틈을 매 나간다.

글쓰기와 닮았다. 담고 있으면 막힌다. 하고 싶은 말은 속으로만 꽁하게 있지 말고 차근차근 부부로대화로 작가로서는 글로 이어나가야겠다.








사진출처:햇님이반짝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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