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무였던 목요일 오전 걷고 뛰고 글 쓰며 충분히 나만의 시간을 보내어 모든 게 충족되었다고 생각했다. 그 어떤 고난과 역경이 다가와도 잘 이겨내리라. 부처의 마음으로 모든 걸 수용할 수 있을것만 같았다. 그녀가 나타나기 전까지 말이다.
네시를 넘기자 하교한중1 큰딸.
학원도 가지 않는여유로운 오후를 보낼 수 있는 날이다. 볼 때마다플래너를적는 딸https://https://brunch.co.kr/@jinaeroom/411은 아니나 다를까 역시나였다.잠시 뒤 너무 조용해서 빼꼼히 쳐다보았더니 침대에 널브러져 있다. 세상 피곤한 얼굴로30분 뒤에깨워달란다. 알겠다고 대답은 했지만 바로 못 일어날것을 으레 짐작했다.거실의 고요한 적막 속에 브런치 안을휘저을 수 있는 시간이 연장되었다.
30분은 눈 깜짝할 사이 지나갔다. ㅇㅇ야 일어나 시간 됐다. 이미 한잠에 빠졌다.많이 피곤한가 보다.그때 정말 일어나기 싫은 걸 알지만 난 분명 깨웠다. 눈을 뜬것 같았는데 알고 보니 본인도 기억하지못할 비몽사몽이었다. 30분 뒤 또 깨웠다.기척도 없다.
결국저녁먹을쯤일어났다.저녁식사 후아이의 행동과 마음이 분주해 보인다. 언제 다하지?라는 말만 되뇐다. 무언가를 해야 할 시동을 걸고 준비물을 챙긴 후 거실 테이블에 떡하니 자리 잡는다.상금200만 원이 걸린 공모전에 내야 할그림을 그려야 한단다.에? 갑자기? 그것도 내일 우체국으로 직접 가서보내야 한단다.여기서부터 머리가 쭈뼛쭈뼛 서기 시작한다. 본인은 학교에 가는데 우체국을 나보고 점심시간에 다녀올 수없냐느니 할머니한테 부탁을 해야겠다느니. 진작에 준비했으면 오늘 휴무인 내가 갔다 올 수도 있는 건데. 이건 머 들으면 들을수록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노릇이다. (다행히 남편 회사 근처 우체국이 있어 보낸다 했다)
이거 내는 거 언제부터 안 거야?
지난 주란다. 여기까지 나의 모든 인내력한계치가 끝임을 알렸다. 속에서 천불이 난다. 울화통이 터진다. 물 없이 밤고구마를 백개먹은 듯하다.
하... 오늘 엄마 휴무인 거 아나 모르나? 그리고 누가 공모전을 전날 밤에 준비하노? 주말도 있었고 월요일에 학원도 안 가서 시간은 충분히 있었을 텐데.
길게 얘기해 봤자 내입만 아플 거란 걸 안다.
오늘 저녁에 하려고 미리 자뒀다나 어쨌다나 그래놓고 나 보고는 자러 들어가지 말라는 말인지 방귀인지 도통 구분이 안 간다. 결국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밤 12시까지 거실에 앉아있었다.다음날 출근도 해야 하고 실컷 자고 본인만 생각하는 행실이 괘씸해 먼저 자러 방으로 들어갔다.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도저히 내 상식으로는 답이 안 나온다. 이렇게 또 딸을 궁지로 몰아 글로 마구 풀어댄다. 조곤조곤 글로 씹어줄 테다. 결국엔 그 어미의 그 딸. 내 얼굴에 침 뱉기지만.
이번 브런치북응모했을 때의 나를 다시금 돌아보게 된다. 그래도 어미는응모하기 마지막까지 글 한편이라도 더 쓰고 엮기위함이라우겨본다.미리미리 준비하지 않은 너를 보며 유독 더 속에서 천불이 난 이유는 내가 보여서일까.
사사건건 챙겨 묻지 않는 어미의 불찰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다행히 의무가 아닌 과학선생님이 반전체에게 내볼 것을 권유했단다. 안 하는 아이들도 분명 있을터. 그래도 이왕 하기로 마음먹은 거라면첫날부터 바로 시작은 못할지라도 주말에 무얼 그릴지 구상이라도 해놓고 월요일 밑그림이라도 그려놨어야지. 아무 의미 없는 곱씹음만 할 뿐이다.
이날 아이는 구상,밑그림, 물감색칠까지 새벽 두시쯤마무리를 하는 듯했다. 본인도 할일을 미루면 어떻게 되는지 몸소 느껴봐야 다음부터 미리 준비하겠지.이것도 다 경험이다며 문들어진 속을 꾹꾹 눌러 담아본다.
더 열받는 건 새벽 한 시가 넘어서야 양치를 했다는 것이다. 품안의 자식이라지만에잇, 네 맘대로 다 해라.딸자식 내 맘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