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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Oct 28. 2023

속에서 천불이 난 이유

품안의 자식이라지만


휴무였던 목요일 오전 걷고 뛰고 글 쓰며 충분히 나만의 시간을 보내어 모든 게 충족되었다고 생각했다. 그 어떤 고난과 역경이 다가와도 잘 이겨내리라. 부처의 마음으로 모든 걸 수용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녀가 나타나기 전까지 말이다.






네시를 넘기자 하교한 중1 큰딸.

학원도 가지 않는 여유로운 오후를 보낼 수 있는 날이다. 볼 때마다 플래너를 적는 딸 https://https://brunch.co.kr/@jinaeroom/411은 아니나 다를까 역시나였다. 잠시 뒤 너무 조용해서 빼꼼히 쳐다보았더니 침대에 널브러져 있다. 세상 피곤한 얼굴로 30분 뒤에 깨워달란다. 알겠다고 대답은 했지만 바로 일어날 을 으레 짐작했다. 거실 고요한 적막 속에 브런치 안을 휘저을 수 있는 시간이 연장되었다. 


30분은 눈 깜짝할 사이 지다. ㅇㅇ야 일어나 시간 됐다. 이미 한잠에 빠졌다. 많이 피곤한가 보다. 그때 정말 일어나기 싫은 걸 알지만 난 분명 깨웠다. 눈을 뜬 같았는데 알고 보니 본인도 기억하지 못할 비몽사몽이었다. 30분 뒤 또 깨웠다. 척도 없다.






결국  먹을쯤 일어났다. 저녁식사 후 아이의 행동과 마음이 분주해 보인다. 언제 다하지?라는 말만 되뇐다. 무언가를 해야 할 시동을 걸고 준비물을 챙긴 후 거실 테이블에 떡하니 자리 잡는다. 상금 200만 원이 걸린 공모전에 내야 할 그림을 그려야 한단다. 에? 갑자기? 그것도 내일 우체국으로 직접 가서 보내야 한단다. 여기서부터 머리가 쭈뼛쭈뼛 서기 시작한다. 본인은 학교에 가는데 우체국을 나보고 점심시간에 다녀올 수 없냐느니 할머니한테 부탁을 해야겠다느니. 진작에 준비했으면 오늘 휴무인 내가 갔다 올 수도 있는 건데. 이건 머 들으면 들을수록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노릇이다. (다행히 남편 회사 근처 우체국이 있어 보낸다 했다)



 이거 내는 거 언제부터 안 거야?


지난 주란다. 여기까지 나의 모든 인내력 한계치가 끝임을 알렸다. 속에서 천불이 난다. 울화통이 터진다. 물 없이 밤고구마를 백개먹은 듯하다.


하... 오늘 엄마 휴무인 거 아나 모르나? 그리고 누가 공모전을 전날 밤에 준비하노? 주말도 있었고 월요일에 학원도 안 가서 시간은 충분히 있었을 텐데.

 

길게 얘기해 봤자 입만 아플 거란 걸 안다.

오늘 저녁에 하려고 미리 뒀다나 어쨌다나 그래놓고 나 보고는 자러 들어가지 말라는 말인지 방귀인지 도통 구분이 안 간다. 결국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밤 12시까지 거실에 앉아 있었다. 다음날 출근도 해야 하고 실컷 자고 본인만 생각하는 행실이 괘씸해 먼저 자러 방으로 들어갔다.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도저히 내 상식으로는 답이 안 다. 이렇게 또 딸을 궁지로  글로 마구 풀어댄다. 조곤조곤 글로 씹어줄 테다. 결국엔 그 어미의 그 딸. 내 얼굴에 침 뱉기지만.  






이번 브런치북 응모했을 때의 나를 다시금 돌아보게 된다. 그래도 어미는 응모하기 마지막까지 글 한편이라도 더 쓰고 엮기 위함이라 우겨본다. 미리미리 준비하지 않은 너를 보며 유독 더 속에서 천불이 난 이유는 내가 보여서일까.



사사건건 챙겨 묻지 않는 어미의 불찰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다행히 의무가 아닌 과학선생님이 반전체에게 내볼 것을 권유했단다. 안 하는 아이들도 분명 있을터. 그래도 이왕 하기로 마음먹은 거라면 첫날부터 바로 시작은 못할지라도 주말에 무얼 그릴지 구상이라도 해놓고 월요일 밑그림이라도 그려놨어야지. 아무 의미  곱씹음만 할 뿐이다.






이날 아이는 구상,밑그림, 물감색칠까지 새벽 시쯤 마무리를 는 듯했다. 본인도 일을 미루면 어떻게 되는지 몸소 느껴봐야 다음부터 미리 준비하겠지. 이것도 다 경험이다며 문들어진 속을 꾹꾹 눌러 담아본다.



더 열받는 건 새벽 한 시가 넘어서야 양치를 다는 것이다. 품안의 자식이라지만 에잇, 네 맘대로 다 해라. 딸자식 내 맘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다.








사진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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