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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Oct 31. 2023

남편이 내 글을 발견했다

이리도 언짢은 이유


마누라가 무얼 하고 있는지 안다. 매일 밤 혼자 바쁜 척 앉아 있으니 이제는 눈치를 챘을터. 그 넓은? 앞자리 두 군데 놔두고 굳이  옆에 앉아있으니 세상 불편하다. 쓰지만 쓰지 않는 척(?)을 하는 나. 혹여나 볼세라 저쪽 가서 앉으면 안 되겠냐며 대놓고 글 쓰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런 말에 남편은 늘 같은 말을 해댄다. 심 없거든. 안 본다. 오히려 감사합니다. 제발 보지 말아 줘. 정말 보는지 안 보는지는 알 수없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내 글을 발견했다. 그의 첫마디. 6천 원의 행복 뭐 뜨던데? 헉... 어떻게 알았데?!! 그것도 필명도 안 쓰여 있었는데. 무난한 내용이라 다행이다. 어디서 많이 보던 사진이 있더란다. 그래서 클릭했단다. 히려 더 자랑을 해도 시언찮을 판국에 이렇게 못 볼걸 본 것처럼 화들짝 놀랄 일인가. 남편의 퇴근이 늦을 시 시장에 가 나물을 사 온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남편의 톡에 아이들에게 이렇게 저녁을 줬다고 자랑하듯 나열했었다. 다행히 브런치 글은 자세히 읽어보지 않았단다. 믿어? 말어?(읽었다면 시답잖은 조언폭격이 날아왔겠지?)





브런치를 하기 전까지만 해도 난 다음을 사용하지 않았다. 오로지 네이버만 봐왔던 나였는데 요즘 이곳을 내 집처럼 들락날락하기 일쑤다. 그에 반해 남편은 원래 다음 이용자였다. 검색을 할 시 툭하면 다음을 이용한다. 내 눈으로도 많이 봤다. 이걸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그렇다고 내 글이 늘 메인에 걸리는 게 아니라 심(?)이 된다.



남편 빼고는 다 봐도 된다. 차라리 내 글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봐도 괜찮다. 왜 이렇게까지 남편이 나의  본다는 게 이리도 언짢은 이유는 넘사스럽기 그지없다. 끄럽다. 각보다 너무 단순한 결론이다. 한 번도 내 꿈이 뭔지, 무얼 하고 싶은지 내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직장만 다녔지(직장이라도 다녀서 다행일지경) 집에서는 그저 집안일도 내팽개쳐놓고 빈둥대는 그런 마누라로 내비쳐질까 봐 내심 걱정된다.(그걸 알면서도 안 움직여) 정작 남편은 그렇게 이야길 안 하는데 스스로가 찔려서이다.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처럼 사브작 움직이는 걸 좋아한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별거 아닌데 혼자 뭘 그리 읽고 끄적이고 폰만 주야장천 보고 있는지. 애들 보고 맨날 폰 보지 마라 하면서 엄마가 더 중독되어 있다. 노트북이라도 펼쳐놔야 되나 싶으면서도 그러기엔 남편이 계속 옆에 앉아있어 대놓고 큰 화면을 열어놓지도 못하겠다.



내 꿈이 출간작가라고 왜 말을 못 해?!(박신양버전) 괜히 주변 사람들에겐 특히나 가족들에게 더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커서일까. 떡하니 이루어낸 모습만을 보여주고 싶다. 엄마가 그동안 허투루 시간을 보낸 게 아님을 눈으로 보여주고 싶다. 그래서 매일 생각한다. 마음만큼 실행하지 않으면서 감히 간절이라는 단어를 붙이기에도 조심스럽다.  



알게 모르게 조금씩 꿈꾸는 미래에 다가가고자 한다. 가장 가까운 이에게서 상처를 입고 싶지 않아 스스로를 보호하고 있다. 대수롭지 않게 툭 내던진 말에 일어서지 못할까 봐. 매일 같이 이렇게 끄적이고 있는 자체가 감사하고 행복한 순간이다. 오늘 같은 하루가 이어진다면 꿈도 그리 멀리 있지 않겠다.









사진출처: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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