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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Nov 09. 2023

밤비 내리는 영동교


비에 젖어 슬픔에 젖어 눈물에 젖어
하염없이 걷고 있네~ 밤비 내리는 영동교~~~
잊어야지 하면서도 못 잊는 것은
미련 미련 미련 때문인가 봐~~



이게 무슨 소리인가.



내년이면 마흔 중반에 걸친 남편이 주현미의 밤비 내리는 영동교를 따라 부르고 있는 게 아닌가?!! 채널 돌리기가 주특기인양 홈쇼핑마다 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돌려보던 차 어느 순간 멈춰진 프로그램. 함께했던 추억이 겹치는 듯 무언가에 끌렸나 보다. 




큰방에 작은 테이블을 놓고 나름 독서를 하려고 하던 찰나 거실에서 들려오는 노랫소리. 그때 그 시절이 절로 떠오르는 구절. 우리 서방에게서 왠지 모를 짠한 동지애가 느껴졌다. 그러면서 첫음절 듣자마자 귀에 쏙 들어오도록 알아채는 나도 나이를 먹긴 먹었나 보다. 요즘 잘 나가는 아이돌노래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래도 너무 많이 거슬러 오르지 않았나.






짧디 짧은 가을을 만끽하려는 순간 뒤따라오는 겨울이에게 어느 순간 역전을 당했나 보다. 하루아침에 코끝이 쌩하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반팔에 긴 바람막이만 입어도 가능했던 출퇴근이었는데 점심때 그 차림 그대로 걷기만 해도 온몸이 구멍 난 망사스타킹처럼 바람이 숭숭 파고든다. 이렇게 또 늦가을과 초겨울이 서둘러 인사를 나누는 사이 그저 스쳐 지나가는 오늘만이 아니기를.



노래는 그 시절을 다시금 소환시키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흥얼흥얼 따라 부르다 보면 과거의 내가 생각나듯 오늘의 나는 무엇으로 기억날 수 있을까. 밀린 겨울방학 숙제를 내듯 일기장에 꾹꾹 눌러써 내려간다. 참 좋았다는 글자하나 새겨놓고 그땐 그랬지라며 나만 아는 끄덕임으로 추억을 회상할 것 같다. 오늘을 기록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멜로디 한 구절에 지난 그때 그 시절이 생각난다.  제목만 보아도 주현미 님의 목소리가 생생하다. 남편의 학창 시절을 뺀 나머지 군대 이후부터 오늘까지 반평생을 나와 함께 했다. 그동안의 몹쓸 미련 따위도 많았다. 노래가사마저도 잊어야지 하면서 못 잊는 미련이 가득하다. 앞으로라도 남편과 은 음악을 들으며 함께 공감하며 행복한 추억 더 쌓아가기를. 괜스레 한 번도 걸어보지 못한 밤비 내리는 영동교가 그리워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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