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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Nov 09. 2023

우리 집엔 소파가 없다

남편의 로망


평일 쉬는 날 전부터 남편에게 전화가 온다. 또 수선집 갈 일 있나? 택배오나? 언가 부탁할 일이 있지 않는 이상 전화도 안 하는 사람이 왜 또..



받자마자


머 시킬 생각하지 마. 나 그냥 쉬도록 내버려 둬~

시키는 거 아니다. 마누라~ 우리 거실창가옆에  조그마한 소파 하나 놓자.





그렇다. 우리 집엔 소파가 없다. 결혼 15년 동안 아이들 뽀로로와 키티소파가 다녀간 것 외엔 어른이 앉을만한 소파 한번 들인 적이 없다. 주택에 살 적에는 생각도 안 해봤고 아파트로 이사 갔을 때에도 근 4년 동안 아이들의 초등생활을 거실공부분위기로 만들어주고 싶어 텔레비전은  큰방에 놔두었다. 이때도 소파는 원했지만 잘 견뎌(?) 왔었다.



아.. 한동안 잠잠했던 소파논쟁이 다시 시작되나.. 우리 집 거실은 TV 맞은편에 옆으로 긴 낮은 원목책장과 6인용 테이블이 있다. 여기서 밥도 먹고 책도 보고 아이들 숙제도 가끔 한다. 주역할은 나의 책상이다. 그래서 더 사수해야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소파를 놓으면 6인용 테이블은 거실중간(부엌 쪽)으로 밀릴게 뻔하다. 일명 자세가 안 나온다. 소파를 놓던가 6인용 테이블을 없애든가 둘 중에 하나만 놔야지 둘 다 놓을 공간이 없다. 굳이 놓겠다면 인테리어는 개뿔 그냥 욕망만 갖춰놓은 이도 저도 안 되는 꼴이다. 그리고 이내 다른 곳으로 화제로 돌렸다.



오빠, TV를 큰방으로 옮기는 건 어때? 저녁에 거실에  TV를 틀어놓으니 아이들도 자꾸 나와서 보고 싶어 하고 소리 때문에 집중이 안 되는 거 같다. 공부하라고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방해는 안 줘야지.  말은 공부하라 해놓고 환경이 안되는데 나도 공부하기 싫겠다.



공부야 할 놈할이겠지만 괜히 아이들 핑계로 예전처럼 TV를 큰방으로 보내고 싶은 마음을 들이밀었다.

편에겐 로망이 있다. 소파에 누워 한 손으로 리모컨을 눌러대며 한가로이 영화를 보는 것. 사실 난 소파와 한 몸이 되는 그 꼴은 못 보겠다며 차일피일 미룬 것도 없지 않아 있다. 그 옆엔 분명 첫째 아이도 한몫할 것이다. 그렇게 미뤄왔지만 사실 지금 상황이 소파가 들어오기엔 더 까다로워졌다. 아파트 살 때보다 평수가 더 작아졌으니 말이다. 남편의 로망이 자꾸 뒤로 밀려진다. 나도 그에게 무작정 안된다고만 할 수는 없겠고 다시 큰방으로 TV를 보내고 작은 소파를 넣어줄까. 그럼 거실에서 울리는 TV소리도 줄어들 테고 나도 혼자서 거실 낭만(?)을 즐길 테고 얼마나 좋아.






편이 야심 차게 마지막 쇄 박았다.




그리고 저녁에 탕수육 먹을 거니까 그렇게 알아둬!



미안하다. 며칠 전부터 탕수육 노래 부르는 거 차단시켰다. 말만 들어도 자주 시켜 먹는 기분이다.
소파 아님 탕수육. 탕수육은 왜 그리도 좋아하는지. 그래 소파는 당장 어떻게 할 수 없으니 탕수육이라도 맘 놓고  해 주어야겠다.









사진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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