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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Nov 29. 2023

술을 끊는다는 결심(2)

환상의 술상을 맞이했다


술 한잔에 이 세상 모든 의미를 부여하며 마신 지난날들이 있었다. 글을 쓰든 금주를 하든 처음이 가장 힘겹다. 이제 큰 고비는 지난 것 같다. 마시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어느 순간 그 속에 빠져들어 한잔이 두 잔 되고 술이 술을 부르는 지경에 이르 다시 되 수 없다. 마실 땐 이왕 마신 거 뒤돌아보지 않고 원 없이 즐겼고 이내 습관이 되었다. 아침만 되면 자책하는 내가 있었다. 왜 매번 같은 후회를 그렇게 반복한 건지. 지만 고칠 수 없었다.






저녁마다 반찬이 안주가 되는 환상의 술상을 맞이했다.  퇴근길 방심하여 음료(주류)를 사 오지 않을 시 혹여나 김치찌개나 고기반찬이라도 나온다면 빛보다 빠른 속도로 마트에 다녀왔다. 술을 마실 땐 어떡해서든 술이 먼저였고 오늘 할 일은 당연히 내일로 다. 



금주를 시작하며 최대한 다른 일에 몰두한다. 한 문장 발굴해 내는 데에도 시간이 후루룩 지나간다. 서만 쳐다봐도 30분은 금방이다. 마침 이거다라는 글감에 꽂히기라도 한다면 살얼음 낀 맥주잔을 쉬지 않고 벌컥벌컥 넘기는 짜릿한 글(목) 넘김을 하였다.



주종 가리지 않고 열심히도 마셔댔다.



오늘까지 마시지 않은 날을 후회 한 적 있는가? 절대 그렇지 않다. 술을 마신 다음날 후회는 해도 그때 먹었어야 했는데라는 후회는 없다. 매일 마시다 다음날 아침 잘 견뎌낸 나를 칭찬했다. 다가오는 저녁과 그 허전했던 시간만을 무사히 넘기면 된다. 당연한 논리를 단념하는 게 너무 어려웠다. 요즘은 그 시간에 얼른 저녁 먹고 운동하고 글을 써내야 하는 일로 대신한다.



술 얘기를 하니 술술 잘도 이야기한다. 무슨 미련이 남은 건지 아직도 술에 대한 애정을 완전히 놓지 못한 건지. 마음만 먹으면 바로 마실 수 있는 환경에서 다가갈 수 없는 애틋함이 있다. 손만 뻗으면 닿을 듯 말듯한 그리움마저도 이젠 즐기는 여유까지 생겼다. 어쩔 수 없이 금주를 한다면 하루하루가 괴로울 뻔했다.  한 거 없이 시간이 모자라다. 그러니 술 마실 시간조차도 아깝게 느껴지는 경지에 이르렀다. 술은 그 어떤 것보다 유혹이 강하다. 그냥 뿌리치기엔 금주할 목적이 명확하지 않았다. 흔들리는 마음을 잡아줄 동아줄이 간절했다.






음주 대신 쓰기를 선택했다. 글쓰기에 매진해도 시원찮을 판국에 쓰기에 방해되는 장애물은 만들고 싶지 않았다. 현재는 그러하다. 앞 글에 이어 혼술을 장려하는 것도 금주하라고 독촉하는 글도 아니다. 어떤 선택을 하든 현재 내가 건강하게 즐거우면 된다.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 오로지 나의 선택일 뿐. 틀린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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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햇님이반짝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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