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한잔에 이 세상 모든 의미를 부여하며 마신 지난날들이 있었다.글을 쓰든 금주를 하든 처음이 가장힘겹다.이제 큰 고비는 지난 것 같다.술을 마시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어느 순간 그 속에 빠져들어 한잔이 두 잔 되고 술이 술을 부르는 지경에 이르면 다시 되돌릴 수 없다.마실 땐 이왕 마신 거 뒤돌아보지 않고 원 없이 즐겼고이내 습관이 되었다. 아침만 되면 자책하는 내가 있었다.왜 매번 같은 후회를 그렇게반복한 건지.알지만 고칠 수 없었다.
저녁마다 반찬이 안주가 되는 환상의 술상을 맞이했다. 퇴근길 방심하여 음료(주류)를 사 오지 않을 시 혹여나 김치찌개나 고기반찬이라도 나온다면 빛보다 빠른 속도로 마트에 다녀왔다. 술을 마실 땐 어떡해서든 술이 먼저였고 오늘 할 일은 당연히 내일로 미뤄졌다.
금주를 시작하며 최대한 다른 일에 몰두한다.글 한 문장 발굴해 내는 데에도 시간이 후루룩 지나간다. 커서만 쳐다봐도 30분은 금방이다. 마침 이거다라는 글감에 꽂히기라도 한다면 살얼음 낀 맥주잔을 쉬지 않고 벌컥벌컥 넘기는 짜릿한 글(목) 넘김을만끽하였다.
주종 가리지 않고 열심히도 마셔댔다.
오늘까지 마시지 않은 날을 후회 한 적 있는가? 절대 그렇지 않다. 술을 마신 다음날 후회는 해도 그때 먹었어야 했는데라는 후회는 없다. 매일 마시다 다음날 아침 잘 견뎌낸 나를 칭찬했다. 다가오는 저녁과 그 허전했던 시간만을 무사히넘기면 된다. 당연한 논리를 단념하는 게 너무 어려웠다. 요즘은 그 시간에 얼른 저녁 먹고 운동하고 글을 써내야 하는 일로 대신한다.
술 얘기를 하니 술술 잘도 이야기한다. 무슨 미련이 남은 건지 아직도 술에 대한 애정을 완전히 놓지 못한 건지. 마음만 먹으면 바로 마실 수 있는 환경에서 다가갈 수 없는 애틋함이 있다. 손만 뻗으면 닿을 듯 말듯한 그리움마저도 이젠 즐기는 여유까지 생겼다. 어쩔 수 없이 금주를 한다면 하루하루가 괴로울 뻔했다. 요즘 한 거 없이 시간이 모자라다.그러니 술 마실 시간조차도 아깝게 느껴지는경지에 이르렀다.술은 그 어떤 것보다 유혹이 강하다. 그냥 뿌리치기엔 금주할 목적이 명확하지 않았다. 흔들리는 마음을 잡아줄 동아줄이 간절했다.
음주 대신 쓰기를 선택했다. 글쓰기에 매진해도 시원찮을 판국에 쓰기에 방해되는 장애물은 만들고 싶지 않았다. 현재는 그러하다.앞 글에 이어 혼술을 장려하는 것도 금주하라고 독촉하는 글도 아니다. 어떤 선택을 하든 현재 내가 건강하게 즐거우면 된다.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 오로지 나의 선택일 뿐. 틀린 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