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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Nov 28. 2023

술을 끊는다는 결심(1)

혼술이 주는 위로


글 쓸까 술 마실까. 이게 뭐라고 그렇게 고민이 된다. 과거의 내가 이런 고민을 했다면 분명 글을 쓰고 술을 마셨을 것이다. 아니면 술을 마시며 글을 쓰면 된다. 그러다 발행이라도 누를 참이면 대참사가 일어나기에 특별히 신경 써야 한다. 기깔난 내용 하나 건질 수만 있다면 취기를 빌려서라도 쓰고 싶다.



술을 통해 내 마음이 말한다. 지금 마셔 당장 먹고 싶을 때 마셔야지 시간 지나면 찐 맛 없어진다며 귓가에 속삭인다. 이런 꼬임엔 더 지체할 시간도 없이 쿵짝도 이런 궁합이 없다. 글쓰기를 이어가지 못하는 이유는 수만 가지인데 술을 마시고자 하는 마음은 세상 단순하다. 그냥 마시고 싶으니까. 한때 알콜중독을 인정하면서도 글쓰기와 음주를 함께 이어가고 싶었다. 그러기엔 글을 붙잡을 수 없었다.






혼술과 인생은 꽤나 닮았다. 서두를 필요가 없다. 급하면 탈이 난다. 때론 함께하지만 결국은 혼자 마무리해야 한다. 술을 마시는 사정은 다 다르지만 결국 지금 이 순간을 즐기기 위해서도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기도 하다. 글을 쓰면서 술잔을 기울였다. 더 날것의 내가 있으니 퇴고는 다음날의 나에게 맡긴다. 세상과 잠시 떨어지고 싶은 마음에 혼술을 하는 게 아닐까. 나와 더 친하게 지내고 싶어서인지도 모르겠다. 혼자 사는 것도 아니면서 머 이리 혼술타령인지.



혼술이 주는 위로가 있다. 즐거워도 슬퍼도 음식만 봐도 생각난다. 혼술을 하는 순간만큼은 그 누구의 방해도 없다. 짠할 이유도 누군가를 위해 따라주지 않아도 되는 나만의 속도로 마실 수 있다. 오로지 나만 생각한다. 내가 나를 위로한다. 이게 혼술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마시다 보면 서서히 취기가 올라오는 그 순간을 감지한다. 술을 마시는 이유는 취하기 위해서니까. 나를 내려놓는다. 못 생겨져도 된다. 한잔의 술을 따르며 딱히 별거 없는 오늘을 살아내느라 버텨낸 나에게 치얼스~



혼술을 좋아하지만 그 마음 잠시 내려둔다. 현재 금주 47일 차다. 좋은 마음이 과하게 되면 걷잡을 수 없게 된다. 통제하는 능력이 무너져 스스로 단절시켰다. 일주일이 고비였다. 딱 나의 주량만큼(마실수록 조금씩 늘지만) 마시고 걷는 루틴까지 이어갔으니 늘 인사불성은 아니었다. 언제 다시 시작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빈틈을 주고 있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금주를 이어갈 수 있기를 남몰래 다짐하곤 한다. 그렇게 고군분투하던 중 어느 날 내 눈앞에 나타난 운명적인 문장을 읽게 된다. 






평생 마시던 술을 끊었다. 과연 가능할까 스스로도 믿지 못했다. 1년 6개월. 한 방울도 마시지 않았다. 이 또한 '무식한 반복'이었다. 그냥 마시지 않는 것. 결심하고, 선언하고, 마시지 않는다. 이게 전부였다.

일상과 문장 사이_  이은대


한번 술을 마시면 최소 두 시간 이상이 소요됐다. 일주일에 세 번 술을 마시면 여섯 시간이 소모되었다. 술을 끊겠다고 결심한 뒤로 나는 술을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다. 술을 끊은 덕분에 많은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고, 보다 명료한 정신으로 내가 해야 할 일에 열정을 쏟을 수 있었다.

웰씽킹_  켈리 최



술에 관한 내용이 유독 눈에 더 들어왔다. 글을 쓰지 않았다면 그 어떤 문구를 보아도 동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만 그런 게 아니다. 술을 끊는다는 결심. 인 성공의 결실을 맺은 작가님들도 버텨냈다. 이겨냈다. 술 그까짓 거 그냥 안 마시면 되지라고 쉽게 단정 짓는 사람들은 절대 알 수 없는 우리들(?)만의 다짐이 있다. 끊고 맺는 의지 글을 쓰며 다잡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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