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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Nov 26. 2023

혹독했던 서울행

6분의 초행길은 60분이 되었다


기차는 아무런 걱정 없이 서울역까지 데려다주었다. 내리기 10분 전까지 설레는 마음으로 글까지 발행했다. 곧 만나자는 약속과 함께. 앞으로 닥칠 일은 단 1도 상상하지 못했다.



약속시간은 2시. 입장은 40분부터니 시간은 충분했다. 1시 10분 난 이미 그곳에 있었다. 중요한 자리인 만큼 미리미리 도착하는 건 예의니까. 서울역에서 약속장소는 단 6분. 마.. 눈감고도 가는 길이겠거니!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다. 미리 가서 동기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싶었다. 큰 오산이었다.






부푼 꿈을 안고 도착한 서울역은 단 몇 분 만에 눈앞을 깜깜하게 만들었다. 서울역만 가면 모든 게 자연스레 진행될 줄 알았다. 한심함에 자괴감이 . 이해하려 해도 스스로가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안이하게 여긴 만큼 혹독한 신고식을 겪었다.



빠른 발걸음으로 자기만의 길을 가는 사람들. 누구 하나 붙잡아도 내가 가야 할  장소를 아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친절한 어플도 나에겐 구원의 손길을 내려주지 못했다. 파란 화살표를 따라가다 길은 하나인데 점점 다른 방향으로 벗어난다. 무작정 가다간 원래 있었던 서울역마저 벗어날까 두려웠다. 마침 노란 조끼를 입으신 봉사그룹이었던 아저씨. 정말 감사하게도 나를 따라오라며 지하도를 함께 걸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서 파출소가 보이면  길로 쭉 따라만 가면 된다 하여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어졌다. 이 길은 다름 아닌 원래 내가 있었던 곳이 아닌가. 돌고 돌아 제자리로 온 것이다.  무슨 황당하고 당황스러운 상황인지. 눈뜨고 코베인 것만 같았다. 길바닥에 나 혼자 내버려졌다. 누굴 원망할 시간도 없다.



최악의 상황으론 이대로 그냥 집으로 돌아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순간 스쳤다. 짜고짜 지하로 내달렸다. 그대로 방향을 틀어 반대편으로 올라갔다. 그곳에서 같은 장소에 가야 할 운명의 2기분을 만나 가까스로 도착할 수 있었다. 왜 진작에 길로 지 못했을까. 후회할 시간도 없이 강의는 진행되었다. 이미 지나간 일. 지금에 집중하기로 했다. 세상에 내놓기 부끄러운 일이 또 하나(?) 생겼다. 그렇게 6분의 초행길은 60분이 되었다.






혹독했던 시간을 함께 공유한 이가 있었으니 바로 동기작가님이 계셨다. 그분도 나와 같은 경험을 하였단다.  무슨 우연인지 필연인지.  한 명이었지만 이미 천군만마를 얻은 것과 같았다. 비록 다른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극소수이지만 그 누구보다 큰 의지가 되었다.



겪어보지 않으면 대 모를 일이다. 가야 할 길이 에 있는데 금방 닿을 수 없다는 것을. 두 번 다시 내가 서울에 간다면 성을 갈고 싶을 정도였지만 한편으론 이것으로 인해 다른 작가님들에게 자연스레 대화를 이어갈 수 있었다.



수치스런 기억으로만 남길순 없었다. 그래봤자 나만 손해 화만 쌓일 뿐이다. 혹독했던 서울행이었지만 앞으로 내가 가야 할 길은 이보다 더한 것일 수도 있음을. 방황했지만 도착했다. 비록 많이 둘렀지만 그 이상의 소중한 인연들을 만났고 값진 하루를 보냈다. 것으로 되었다. 여러모로 내 평생 잊지 못할 서울의 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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