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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Dec 02. 2023

돈 들이지 않고 즐겁게 쇼핑하는 법


카카오톡 알람이 울린다. 쇼핑몰에서 쿠폰만료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빨리 사용하길 바란다는 독촉알람이다. 쿠폰의 유혹으로 톡을 확인했다면 더 많은 돈을 쓰며 시간을 허비하는 내 모습이 선명하다.  나를 시험에 들게 하는구나. 움찔했지만 눈길조차 지 않았다.



관심목록은 이미 차고 넘친다. 돈이 되지도 않지만 굳이 돈을 들이지 않아도 되는 글들을 아이쇼핑 중이다. 핑법이라더니 또다시 글이야기다. 글을 쓰는 사람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한정글이다. 한때 열심히 쇼핑몰구경을 하며 장바구니에 원하는 옷들을 때려 넣으며 설레었었다. 이 옷 살까 저 옷 살까 고민했다. 막상 옷이 도착하면 현실은 그 모델언니가 아니어 실망했던 날들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쿠폰도 마다하고 하루종일 어떤 글을 잡고 늘어질까 생각한다. 하얀 백지장부터 시작하기도 어떤 날은 작가의 서랍에 담아두었던 글을 다시 꺼내기도 한다. 입맛대로 고를 수는 있지만 빛을 보지 못한 글들이 무수하다. 그 자리에서 풀어내지 못하면 활활 타오르기 전에 불씨가 꺼져버린다. 오전에 이거다라는 게 없으면 오후 내도록 방황하게 된다. 이리저리 찾아도 이어나갈 수 없다. 



걸으면서도 다짐한다. 그래 쓰면 되지 뭐가 문제 야하며 패기 넘친다. 자정이 다 되어가는대 마무리된 것 하나 없는데 눈꺼풀은 눈치 없이 자꾸 내려온다. 이제는 쓰는 일마저도 루틴으로 잡고 싶어 하루 몇 문장이라도 끄적인다. 말도 안 되는 내용일지라도 손가락과 뇌를 끊임없이 운동시킨다. 






옷장은 차고 넘치지만 늘 입을것이 없는것과 서랍안의 글은 많지만 쓸거리를 이어가지 못하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 



단 하나만 패기로 했다. 내 눈에 걸리기만 해 봐라. 잡히면 죽는다라는 마음으로 매달린다. 어떤 글이 걸릴것인지 요리조리 눈 굴리기 바쁘다. 오늘은 너다! 결정하는 순간 한번 선택한 글은 다시 장바구니로 들어갈 수 없다. 기어이 세상 밖으로 배달시킨다. 시간에 투자하고 생산에만 몰두한다. 예전에 사들이기만 했다면 지금은 내어놓는다. 내어놓기 위한 투자를 한다.



돈 들이지 않고 즐겁게 쇼핑하는 법. 저장글로 아이쇼핑을 한다. 작가들의 건강한 쇼핑법이다. 카톡에서 울리는 행사상품은 가볍게 무시한다. 단 한 군데 남겨두었던 도 이 글을 쓰면서 차단시켰다. 알람조차도 유혹이 크다. 들어가 않을지언정 자꾸 생각이 나기 때문이다. 어떤 물건이나 옷이 없어서 외출을 못하는 상황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먼저 쇼핑몰에 들어갈 일은 없을 테니까. 없어도 살아간다. 단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기웃거릴 뿐. 생각이 나지 않는다면 그건 지금 당장 필요 없는 들이다. 어차피 직장은 단벌신사 인생이니 더 이상의 옷을 살 필요가 없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외출도 자제하라는 특명이 내려졌기에 더욱이나 옷을 사야 할 이유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작가의 서랍이 든든하다. 간혹 정하지 못하여 방황할 때도 있지만 맨땅에 헤딩하는 것보다는 도움이 된다. 이 글도 스쳐 지나가는 단어를 적어둔 덕분에 다시금 파고들 수 있었다. 인터넷쇼핑을 하는 대신 그 시간에 과거와 현재를 끄집어낸다. 미래를 쓰는 일은 바람이 아닌 확언뿐이다. 쓰는 동안 알고 있는 최선의 단어들을 조합하여 지금을 풀어나간다. 쇼핑대신 서랍 속을 뒤적이는 내 모습이 기특하다.


오늘도 아이쇼핑을 멈출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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