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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Dec 01. 2023

달라도 너무 다른 그녀들


목요일 보자~~~!!!



다섯 명이 있는 단톡방에서 알람이 울린다.

첫째 아이가 네 살 가을에 첫 어린이집을 등원했다. 두 살 터울인 둘째도 같은 어린이집을 졸업했다. 세시가 되면 어린이집 하원과 동시에 바로 옆 놀이터로 또다시 출근도장을 찍었다. 그때부터 10년째 이어온 인연들이다. 현재 유일하게 가장 자주 만나고 가장 연락이 활발한 모임이기도 하다. 아이로부터 시작된 만남이 이제는 동네언니와 친구로 지내고 있다.



사실 요즘 글 쓴다는 핑계로 단톡확인도 자주 하지 못할 만큼 혼자 세상 바쁜 척을 해댄다. 읽어야 할 것과 오늘의 발행이 항상 대기하고 있어 늘 마음이 조급하다. 오죽하면 그 좋아하던 술까지 끊었을까. 모든 일이 글을 향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래서 휴무일만큼은 더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가지고 싶은 마음이 컸다. 일부러 나를 위해 목요일 보자고 한 건데 다른 핑계를 댈 수가 없었다. 그리고 평소 단톡에서의 소홀했던 마음을 얼굴 한번 더 보며 대화하고 싶었다.






언제나 다 같이 모일 수는 없는 법. 이번엔 동갑내기 두 친구들과의 만남이었다. 나와 달라도 너무 다른 그녀들이다. 그 다름에 끌리는 무언가가 있다. 달라서 좋다. 그래서 우리는 만난다. 다름을 인정하고 굳이 바꾸려 하지 않는다. 바뀌려면 벌써 바꿨겠다.(하긴 남편도 이십 년째 함께지만 아직도 다른 우리다) 10 째 우리는 항상 자기만의 캐릭터를 유지하고 있다. 서로의 장점과 단점 우리는 알고 있다. 물론 나와 다른 부분이 이해 안 가는 점도 있지만 그것마저 흥미롭다. 이렇게 다른데 만남을 유지하고 있다며 서로가 서로를 신기해하고 있다. 단점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런 부분은 알아서 배제하되 굳이 찾아내어 함께하는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다. 좋은 점은 부각해 배울 점은 내 것으로 만든다.



한 친구는 아이가 셋이지만 언제나 깔끔하다. 청소에 진심이며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한다. 화통하고 뒤끝 없는 성격이 매력이다. 언제나 시원시원하다. 그녀를 만나면 나도 제때 집안일을 해야지 아이들에게 한번 더 잘해줘야지라며 되뇌게 된다. 내향적인 나와 전혀 반대인 성격이 가끔 부럽다. 다른 친구는 정보가 빠르고 공감능력이 뛰어나다. 알게 모르게(다 알 것이다) 나뿐만 아니라 그녀에게 고민상담을 제일 많이 한다. 단톡의 소통왕이다.



메뉴선택 굿.. 그녀들과 함께여서 더 맛있었던 ♡


그녀들을 만나면 유혹에 흔들리는 것이 하나 있으니 바로 술. 그렇다. 오래된 술 동무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 급속도로 빠르게 친해질 수 있었던 것도 한 몫한다. 그 즐거웠던 시간들을 뒤로하고 지금의 나는 조금 다른 길을 가보려 한다. 그녀들에게 단호한 모습을 보이며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오늘의 주요 대화는 부모님이었다. 우리도 한 살씩 나이를 먹을수록 부모님들의 연세도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아픈 곳이 늘어난다. 병간호를 했던 친구를 보며 누구에게나 앞으로의 고민이 아닐 수 없다. 공감하며 연신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자식으로서의 고민 또 내 자녀에게 미칠 영향까지 더 많은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 외에 다른 주제로도 시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버렸다.






우리의 공통점은 동갑내기이며 자녀의 나이도 거나 비슷하다. 사랑하는 가족이 있다. 그리고 10년 동안 함께해 온 추억들이 있다. 그 외에는 나와는 달라도 너무 다른 그녀들이지만 덕분에 평소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까지 한번 더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세시반이 되자 한 친구는 칼같이 일어났다. 하교를 하는 일학년 아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말하지 않아도 내가 가야 할 다음 장소를 이미 아는 다른 친구에게 질척이며 팔짱을 꼈다. 그렇게 우리는 도서관으로 향했다. 앞으로도 그녀들과의 인연을 계속 이어나가고 싶다. 평생을 함께 하고 싶은 그녀들이다. 본격적인 겨울만큼 날씨는 매서웠지만 마음만큼은 그 어떤 날보다 따뜻한 하루였다.










사진출처:(제목)픽사베이, 햇님이반짝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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