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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Dec 10. 2023

브런치작가의 휴일 보내기


일요일 아침 6시 알람에 눈을 떴다. 순간 혼자만의 내적갈등이 그렇게 치열할 수가 없다. 결국 악마의 손을 들어주었다. 주말이라는 거대한 핑계를 대어보며 늦장을 부렸지만 8시 10분 기상이면 머 나름 양호한 편이다. 몽롱한 정신을 벗어나기 위해 커피를 내리고 아침부터 바삭한 과자까지 합세해 본다. 엄마가 알면 등짝스매싱각이겠다. 아침부터 과자 먹는다고 우리 아이들한테 머라 할 게 하나도 없다.


한창 성장기인 아이들을 위해 주말이라도 푹 재워보려는 어미의 깊은 뜻을 알아주길 바란다. 그 시간에 어미는 한 줄이라도 더 써보려는 임무를 수행해 본다.



오후 8시에 독서모임이 있다.  머리 털나고 생전 처음 참가해 보는 라인 독서모임이다. 오늘이 두 번째인데 책 두께부터 이미 예사롭지가 않다. 이제 갓 입성했는데 두 번째부터 벽돌책이라니. 읽어야 되는 건 알겠는데 두꺼워서 잘 펼쳐지지 않는다는 핑계를 대어 본다. 술술 읽히지도 않는다. 한 문장 읽고 더 곱씹어 보게 된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믿음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참가자들은 이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직접 듣고 싶었다. 발표하는 게 익숙하지 않지만 그 떨림마저도 설렘으로 다가온다. 이게 독서모임의 매력인가 보다.



남편과 나는 실내자전거와 걷기를 번갈아가며 평일에도 꾸준히 운동을 하는 편이다.  우리 부부는 그렇게라도 운동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데 그에 비해 큰아이는 중학생이 되면서 운동량이 확연히 줄었다. 학교에서 체육시간에 한다지만 엄마의 눈엔 성이 차지 않는다.


마음 같아서는 하루종일 가만히 앉아서 벽돌책을 부수고 쓰는 하루를 보냈으면 했다. 평일도 퇴근 후 틈틈이 걷고 쓴다며 아이들과 부딪힐 일이 많이 없는데 주말마저 나만 생각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아이들도 터치 안 하고 내버려 두면 먹기만 먹고 폰을 보던가 만화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을 것 같다. 아무래도 집에만 있으면 잔소리가 늘기 마련이다. 미연에 방지를 위해 외출을 강행한다. 미세먼지가 극성이긴 하나 따뜻한 날씨덕에 집에만 있기에도 아까운 날이었다.


사춘기가 오다 말다 어디 가자고 하면 싫은 내색은 하면서도 아직까지는 움직여 주는 편이다. 여기에 조금 더 기분을 업시키기 위해선 먹는 걸로 유혹한다. 아무래도 집에서 멍석 깔고 이야기하기엔 쉽지 않은 말도 걷다 보면 이런저런 학교생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그래서 일부로라도 더 같이 걷는 이유이기도 하다. 


공원을 걷다가 집으로 가기 전 시장에 들르자는 남편. 첫째는 우리 동네 시장 말고 한 번도 가지 않은 시장에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마침 공원에서 좀 떨어진 다른 동네의 시장이 있었다. 그곳의 비빔만두집을 공략하기로 하고 걸어갔다. 아쉽게 만두집은 문을 닫았지만 시장구경만 하기로 했다. 일요일인데 생각보다 조용했다. 우리 동네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왠지 자연스레 임장을 다니는 듯했다. 그냥 돌아가면 아쉬우니 이쯤에서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물려주었다. 집으로 돌아오니 이미 만보는 훌쩍 지나있었다. 이른 저녁을 먹고 각자의 시간을 보낸다. 아이들은 6시 런닝맨을 시작으로 TV시청을 하기로 다.



모나는 상황 하나 없이 모든 게 평안한데 자꾸 마음 한편이 불편하다. 알고 있다. 어제의 글쓰기공백이 오늘까지 이어지나 싶다. 그 와중에 독서모임은 알차게 마무리되었다. 이미 시간은 열 시를 향했다. 아차 설거지. 그냥 미뤄두고 글부터 쓸걸. 마음이 더 촉박해진다. 엄마의 역할, 아내의 역할, 모임참가자 역할은 다 해내었는데 정작 내가 해야 할 작가로서의 역할을 마무리하지 못했던 거다.



모든 역할을 해내기가 버겁기도 하지만 이렇게 써냄으로 두 다리 뻗고 잠을 청할 수 있겠다. 기록하지 않으면 오늘은 연기처럼 사라진다. 왜 이렇게까지 남기고 싶은지 그 이유는 분명할 터. 이로서 브런치작가의 휴일 보내기가 마무리되었다.









사진출처:햇님이반짝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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