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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Dec 11. 2023

내가 독서모임을?


사십 평생 넘도록 생전 처음 겪어보는 일들을 하나씩 경험하는 중이다. 글쓰기는 물론 글동무도 생겼고 글을 쓰기 위해 금주까지 강행 중이다. 만보 걷기는 글을 쓰기 전부터 해왔지만 쓰고부터는 더 걸어야 할 이유가 분명해졌다. 건강을 위해서도 걷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기 위해서도 걷는다. 요즘엔 쓰는 시간에 더 할애하고 싶은 마음도 커진다. 한 가지 더 추가된 것이 있으니 바로 독서모임이다.








지금껏 보고 싶은 만 읽었다. 안 보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이게 어디 야하며 혼자 자만했었다. 추천하는 책들도 내가 보고 싶어야 보는 거지 억지로 보고 싶지 않았다. 읽고 싶지 않은 책을 보는 건 왠지 시간낭비를 하는 것 같았다. 더군다나 독서모임은 남의 일로만 여겼다. 말을 하고 참여를 해야 한다는 것. 일반독서와는 차원이 다르다. 극대문자 I에겐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외향형 사람들만의 모임인 줄 알았다. 나와 상관없는 일로만 여겼다. 안 할 거니까.



책을 읽고 느낀 점말해야 하다니 생각만 해도 부끄럽다. 나의 모자란 지식수준을 만천하에 알리는 것만 같았다. 글쓰기에 관심을 가지면서 주변에 독서모임 하나쯤은 다 하는 것처럼 보인다. 꼭 글쓰기가 아니더라도 책 좀 읽는다는 사람들의 통과의례 같은 곳이다. 파이팅 넘치시는 분들은 두세 군데까지참여하는 걸 알았다. 책 한 권 읽는 것만으로도 버거운데 그저 경이롭다. 그러던 내가 이곳 천무(천하무적)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다. 신기하다. 내가 독서모임을?




초등학생부터 다양한 연령대가 함께 한다. 그리고 이미 책을 출간하신 분들도 여럿 있는 이곳은  분위기만으로도 진중해진다. 두 번째 모임인데 떨린다. 소모임 공간으로 이동하는 마음은 더욱 쫄깃하다. 처음엔 멋모르고 들어와서 따라가기 급급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끝나있었다. 어떻게 돌아가는지 대략 파악한 뒤 두 번째는 미리 발표할 문장을 적어두고 생각까지 옆에 끄적여두었다. 나름 준비한다고 해도 내 차례가 다가오니 보일러도 돌리지 않은 방에서 이미 얼굴은 열기로 후끈하다. 눈은 애꿎은 책장만 뚫릴 듯이 바라보며 발표인지 옹알이인지 분간이 안 간다. 그래도 일부러 천천히 또박또박 읽으려 노력했다. 첫날 긴장한 탓에 랩을 한 것 같아 이것만은 지키려 했다. 한분마다 내가 읽지 못한 부분과 생각지도 않은 부분까지 집어주신다. 고개는 절로 끄덕이는 인형이 되었다. 온라인으로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과의 독서모임은 책에 진심인 사람들로 똘똘 뭉쳤다. 여섯 가지의 깨달음을 받으면 나도 하나라도 더 전달하기 위해 진지하게 읽게 된다.



책도 책이지만 개개인 한분마다 열심히 살아가지 않는 분들이 없다. 다독하시는 분의 포스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여태 나의 독서는 독서도 아니다. 고작 소장하고 싶은 욕심에 책만 사들였지 제대로 파고들어 읽었는지 절로 의심이 들었다. 처음 들어오시는 분들도 다음에 꼭 참여하겠다 하시고 안 오시는 분들이 더러 계시는 것 같았다. 솔직히 나도 계속 동참하겠다며 무조건 장담할 수는 없지만 이곳만의 매력을 충분히 알아버렸다. 난 한번 하기 시작하면 꾸준함의 대명사이니까! (갑자기 무슨 발언을)








요즘 나의 모든 생각과 행동은 글쓰기에 쏠려있다. 초등학생 때 간식받으려고 들린 교회 외에는 종교 한번 믿어  없던 나인데 이리도 어딘가에 매진한 적이 있었던가. 스쳐 지나가는 바람인 건지. 그 열정은 어디까지 갈 것인지 나조차도 의문이다. 너무 열의에 가득 차는 것이 아닌 그냥 쓰는 일상이고 싶다.



쓰려면 읽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대충 읽는 독서버릇 고쳐보려고 이곳에 발을 들였다. 결국은 쓰기 위해 들어온 독서모임. 매일 스쳐 지나는 모든 일들 중 쓰는 것과 관련되지 않은 것들없다. 어떻게든 글로 연결시켜보려는 내가 있을 뿐. 결국 읽든 쓰든 모든 일상을 나의 이야기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금방 얻어지는 게 있겠냐만은 그날을 위해 발행은 못하더라도 쓰지 않는 날은 생겨선 안된다. 쓰기란 그저 오늘 쓸 수 있음과 없음으로 나뉜다. 시간은 오늘 내야 한다. 내일은 또 다른 오늘을 만들어야 하니까.



천무 독서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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