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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Dec 12. 2023

사춘기 아이들과 한 방에서 잡니다

오래오래 같이 자자


우리 집은 중1, 초5 두 딸과 나 그리고 남편까지 안방에서 같이 잔다. 아이들이 태어나고 지금껏 잠자리 독립 따위는 없었다. 첫째가 돌이 지나 모유를 끊어보겠다고 울고 불고 난리를 쳐도 남편을 다른 방에 보내지 않았다.(잘만 자더라) 부부의 고통은 함께라 여겼다. 땅히 잘 곳도 없었지만.







사춘기 아이들과 한 방에서 잔다. 올해 3월 이사를 온 이후로는 버젓이 아이들 방에 각자의 침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다 함께 잔다. 이제는 365일 매일 같이 자는 건 아니다. 여름과 겨울 만이다. 큰방과 거실에만 에어컨이 있다. 그래서 한여름에는 큰방에 모여 자기로 했다. 한겨울도 마찬가지의 이유다. 여유 있게 이방 저 방 다 돌려가며 보일러를 틀  없다. 기장판만 있어도 충분히 따뜻하게 침대에서 잘 수 있지만 굳이 더 사지 않았다. 이미 통보를 해버렸다. 겨울에 우리는 함께 해야 한다며. 아직까지는 먹히지만 언제까지 난방비 이유로 아이들을 내 곁에 둘 순  일이다.




자리가 여유로운데도  내 자리까지 침범하는 첫째. 옆으로 좀 가라고 밀치더라도 네  가서 자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어미의 이중적인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지만 성급한 말이 먼저 튀어나온다. 첫째는 요즘 많이 버틴다. 한마디로 개긴다. 매일밤 티격태격하지만 본인방으로는 보내지 못하는 어미맘을 는지 모르는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옆으로 찰싹 달라붙어 나를 옴짝달싹 못하게 만든다. 그렇게 실랑이를 벌이다 잠이 든다. 새벽에 뭔가 불편함을 감지하여 눈이 떠졌다. 분명 내 오른쪽에 자고 있던 첫째가 사라졌다. 그런데 다리가 잘 펴지지 않는다. 얘는 언제 일어나서 발 아래쪽에 자리를 잡은 건지 차이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럴리는 없겠다. 돌덩이 같다. 꼼짝도 하지 않는다. 절대 못 옮긴다. 내가 옆으로 눕는 게 더 빠르다. 이런 불편함을 감수하고도 난방비 절감을 빌미로 추운 겨울 조금 더 돈독해져 보고자 한다. 아직까지는 크게 거부하지 않는 아이들에게 오히려 고마워해야 하는 건지. 이마저도 몇 년 안 남았다 아니 올해가 마지막일 수도 있겠다 생각하니 하루하루가 애틋하다. 늘 나와 같은 마음일순 없다. 따로 자겠다고 선포를 놓으면 그땐 진짜 잠자리 독립이다.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날이 너무나도 빠르게 지나간다. 아이들은 눈 깜짝할 사이 성장했다. 두 가지의 마음이 늘 공존한다. 어릴 때는 그렇게 잠 한번 푹 자보면 소원이 없겠다더니 이제는 내가 아이들을 못 놓고 있다. 이사를 오자마자 둘째가 자기 방으로 쌩하니 자러 갔던 날. 어찌나 내심 서운하던지 허전하기까지 했다. 평소에는 세상 무관심한 어미가 꼭 밤만 되면 큰방으로 아이들을 부른다. 몸부림이 심한 첫째를 보며 다시는 같이 자나 봐라 하여도 음만은 편하다. 내일이 오면 또 언제 어떤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언성을 높일지라도 밤이면 우리는 다시 살결을 맞닿는다. 지금 아니면 언제 같이 자겠는가.






아이들은 모른다. 어미의 또 다른 큰 뜻이 있다는 것을. 남편과 나 사이 아이들이 든든한 방패막이 되어주고 있다. 오래오래 같이 자자.


 








사진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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