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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Dec 08. 2023

어머니가 머리를 감았다고?

나에겐 알게 모르게 이미 작은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


첫째 딸:  머? 어머니가 머리를 감았다고?!


둘째 딸: 그러니까



게 그렇게 놀랄 일인가. 그렇다. 아이들이 등교할 때까지도 이불속에서 꼼짝도 안 하던 어미가 머리를 감고 나온 것이다.



어제저녁 뼈찜을 먹고 남은 양념에 큰아이는 다음날 밥을 볶아달라고 했다(중요한 일) 첫째가 씻는 동안 아침을 준비했다. 보통 같으면 아침밥을 주고 바로 이불속으로 직행해도 모자랄 어 노선을 바꿨다. 등교도 하기 전에 머리를 감고 나왔더니 두 아이의 눈이 동그래진 거다. 무슨 심경에 변화가 있었던 걸까.



둘 다 밥을 남겼다. 작은 밥그릇에 가득 담아주었는데 저녁 같으면 그 배를 먹어도 시원찮을 아이들인데 아침은 그다지 입맛이 없는가 보다. 맵기도 했다. 아침부터 매운 걸 주면 뒷감당이 두려워 다른 메뉴를 먹길 바랐지만 큰아이가 완강했다. 마음의 여유가 생겼던 걸까. 원래 아이들이 먹다 남은 밥은 먹지 않는데 오늘은 먹었다. 냥 그런 날이었다. 볶은밥이 아깝기도 했고 딱 내가 먹을 양이었다.






7시 반에 큰아이가 나가고 8시에 둘째가 집을 나선다. 둘째가 등원을 한 뒤에도 늘 10분만 15분 만을 더 외치며 이불속을 파고들었다. 늦지 않을 정도로 일어나 머리를 감고 시간 맞춰 출근을 했다. 그러니 아이들은 아침에 어미의 머리감은 모습이 의아해 할 수밖에. 그런데 그 놀라워하는 반응이 꽤나 흥미롭다. 어미의 변화를 감지했다는 것 아닐까.



나에겐 알게 모르게 이미 작은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 가족들을 자주 놀라게 해주고 싶다.






아침의 여유를 다시 찾았다. 이거다. 내가 찾던 시간은 별게 아니다. 잠시나마 앉아서 커피 향에 취해 한 문장을 곱씹어 는 시간. 아침에 머가 그리도 바빠서(잠이 고파서) 이 귀한 시간을 누리지 못했는지. 숨 쉬듯이 너무나도 평범한 일상의 소중 얻기까지는 충분한 게으름과 후회를 겪어봐야 알  되는 건지. 백날 옆에서 이야기해 봤자 스스로 느끼지 못하면 변화는 어렵다.



어제 막 배달 온 커피머신으로 에스프레소를 쪼르륵 내렸다. 이것도 한 몫했던 걸까. 모든 것은 나로 하여금  의미 부여하기 나름이다. 어느새 눈과 코가 행복한 향기에 스며든다. 출근 전 지은 미소 하루를 시작하는 마음이 커피잔만큼이나 따뜻해졌다. 침밥을 주었더니 여유까지 생겼다. 이 시간으로 하여금 앞으로 이불속이 아닌 나에 대해 더 파고드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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