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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Dec 07. 2023

아침밥이 뭐길래

모성애를 겨우 유지해 보려는 어미의 글입니다


아침 기상알람이 울리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일단 6시 알람은 가볍게 꺼준다. 한 시간의 꿀 같은 시간이 남아있다. 그 시간에 책이라도 30분 읽고, 필사도 하고, 감사일기도 써야지 이미 머릿속에서는 자기 계발이 한창이다. 몸이 말을 안 듣는 건지 뇌가 나를 조정하는지. 둘 다 내 맘 같지 않다. 그 마음조차도 내 것이지만 내가 아닌 것 같다. 결론은 원하는 시간에 못 일어났다는 거다. 그래도 천만다행인 게 아이들 아침밥은 챙겨 줬다는 것! 어제의 김치찌개가 남아 척척 비벼주었다. 




새벽기상은 나를 위한 일이다. 작년 한 해는 정말 내 일생일대의 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미경학장님을 따라 미라클모닝을 경험했고 연말에는 이은경작가님의 도움으로 브런치라는 곳에 입성하게 되어 글에 매진하는 올 한 해를 보낼 수 있었다. 생전 경험할 수 없었던 일들이 연이어지고 있다. 새벽기상과 글쓰기 그 둘을 동시에 하기 위해 아직도 새벽알람은 멈추지 않는다. 새벽기상하던 그때의 내가 그리워 잊을만하면 자꾸 언급하게 된다. 계속 적으면 다시 이루어진다?!!




새벽기상은 물 건너갔지만 요즘 아침 목표는 다른 거 없다. 아이들 아침밥. 나만의 시간은 퇴근 후라도 어떡해서라도 걷든 자기 전 두 시간이든 가질 수 있지만 아침밥은 절대로 저녁에 대체할 수없다. 글쓰기만큼이나 아침밥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내 의지와 상관없이 몸이 움직여지지 않을 때가 있다. 아이들이 냉동주먹밥을 알아서 돌려먹고 가는 날은 그나마 조금 마음이 놓이지만 한편으론 자주 먹으면 안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마저도 아침밥을 못 먹이고 보낼 때가 있다. 어떤 날은 준다 해도 안 먹는 날이 있다. 괘씸하다. 어떻게 너를 위해 큰맘 먹고(?) 일어난 어미마음을 알아주지 않은 탓에 속이 상한다. 유독 아침밥을 먹이지 못하면 어미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못한 것 같아 죄책감이 밀려온다.




글을 쓰면서 엄마 아닌 나로서의 만족감은 높아지지만 핑계로 아이들에게 소홀해진 것 같아 좀 미안한감이 있다. 마침 그들도(?) 사춘기라는 성을 쌓고 있어 더 이상 관심을 주지 않는 게 서로의 정신건강을 위한 일이라며 위안 삼아 본다. 그래도 최소한의 지켜야  할 일은 있으니 퇴근 후 서로 얼굴을 보며 인사하는 건 필수다. 그리고 요즘 의무라도 큰아이(중1딸)에게 뽀뽀를 자주 하려 한다. 어릴 때보다 무심 해진 건 사실이니까.  뽀뽀를 하려고 들이대면 안 피해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히 생각해야 함을 느낀다.



아침밥이 뭐길래 나도 어미라고 꽤나 신경이 쓰인. 엄마라면 아이들 아침 챙기는 것은 마땅한 의무 아니겠는가. 아니 엄마가 아침밥 챙겨주는 건 당연한 거고 학생이 해야 할 일은 왜 당연히 안 하는 건데?라는 의식의 흐름은 아직도 철이 덜든 모양이다. 누가 정했나 아침은 엄마가 줘야 된다고 이런 말 같지 않은 생각도 해본다.(그럼 왜 낳았나라는 질문이 맞겠다) 나도 아침 먹기 귀찮아 안 먹는다라고 누구에게 할 말도 아니다. 어른은 일부러 간헐적 단식이라도 하지만 아이는 한창 공부하고 성장할 시기라 아침은 필수다. 너무 허기지면 수업에 집중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잘 안다. 저녁은 나보다 이른 퇴근을 하는 남편이 차리니 아침까지 해달라는 아주 양심 없는 사람은 아니고 싶어 이제 투정은 그만 부리고 서의 역할을 해내보려 한다.


아침을 먹이고 싶어 하는 마음을 눈치챈 첫째는 이상한 협박(?)을 하기 시작한다. 머리를 말려달란다. 드라이를 하는 동안 밥을 먹겠단다. 바빠서 밥을 먹을 수 없다는 소리다. 난 아이의 일을 대신해 주는 일은 거의 하지 다. 두 번 말려주었다. 엄마가 늦게 일어나니 아이의 버릇까지 이상하게 들려한다. 나부터 똑바로 서야겠다.





내일 아침에 뭐 먹어요?


큰아이가 묻는다. 아침메뉴라 해봐야 달걀밥, 어제 남은 찌개나 국, 김 싸주기 아니면 과일인데 그렇게 궁금한가 보다. 무심코 뭐라도 주면 내 할 일은 끝났다고 생각했다.


무얼 먹느냐는 질문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 특히나 첫째 아이는 먹는 걸 좋아한다. 학원 마치고 귀가할 때도 꼭 전화해서 저녁메뉴를 묻는다. 그만큼 밥에 진심인가? 아침밥 단 10분도 걸리지 않는 시간이지만 그 10분에 작은 정성을 들여보려 한다. 저녁은 서로 해야 할 과제와 쉼이 필요하니 아침의 짧은 만남(?)이라도 충족시켜보려 한다. 안 그래도 예민할 시기에 아침부터 기분 상하게 하고 싶진않다. 아침밥이 뭐길래란 의문은 생각보다 더 큰 의미가 있다. 미라클모닝보다 아침밥이다. 글쓰기 습관은 작게나마 잡혔으니 사춘기 중요한 시기를 적절한 무관심과 아침밥으로 버텨나가야겠다. 안 그래도 평소 욱하고 잘 올라오는데 갱년기와 안 겹쳐서 천만다행이다.


아이가 묻기 전 이젠 엄마인 내가 먼저 물어봐야겠다. 대신 10분 이상 걸리지 않는 메뉴로 정해 달라는 말과 함께. 뭐라도 입에 물리려는 노력은 이어질 것이다. 이것이 어미가 최소한 해줄 수 있는 배려이자 의무이고 사랑이다.  



딸, 내일 아침 뭐 먹고 싶어?

 







사진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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