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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Dec 21. 2023

무릎에 사고 어깨에 팔아란다

개미의 하루


개미: 주식 시장에서 개인적으로 투자하는 사람



개미생활을 연명한 지도 언 18년이나 되었다. 결혼도 하기 전 이십 대 중반부터 시작되었다. 직장을 다니던 중 함께 근무하던 원장님이 주식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가끔 주식 강의(?)도 들었다. 알고 들었는지 모르고 들었는지 그냥 들었다. 그날의 장에 따라 원장님의 감정기복이 눈에 띄게 나타나는 날도 더러 있었다. 그때부을까 조금씩 사모으다 고 하다 보니 푼돈 모으기에 재미를 붙였다. 푼돈이라도 모으면 다행이다. 주식을 오래 한다고 해서 다 고수가 되는 건 아니었다.




십오 년 전 남자친구의 말을 듣고 본인이 다니고 있는 회사의 주식을 사모으기 시작했다. 그때만 해도 결혼도 안 했으면서 무슨 배짱인지 남자친구 돈과 나의 돈을 조금씩 모아 매달 주식을 사모았었다. 간도 크다. 천만다행으로(?) 그 남자친구와 결혼을 하고 한동안 잊고 있었던 주식을 팔기도 했었다. 그동안 분에 넘치게 높은 수익을 본적도 상장폐지를 당했던 날도 있었다. 물론 거액을 들일만큼 강심장이 되진 않아 당장 없어도 되는 돈을 쓴다는 원칙은 반드시 지켜가며 투자를 했다. 그렇게 몇 년 동안은 손도 대지 않은 적도 있었다. 지금 가지고 있는 여러 회사 중 언제부터 보유하고 있었는지조차도 가물하다. 그렇게 본의 아니게 장기투자가 이어져 오고 있는 요즘이다.








한동안 잊고 지냈다. 아니 잊고 싶었다고 적는 게 더 정확하다. 정신 건강을 위하여 증권앱을 지워버리고 싶었다. 그러기엔 사람마음이 또 혹시나 하는 생각 아주 가끔 비밀번호를 잊어버리지 않을 만큼 들어와 본다. 혹시 나가 역시나 가 되어 이차충격을 받는 날도 많았다. 히 들어왔다며 또 회를 한다. 빨간불은 언제쯤 볼 수 있는 거냐며 공부는 하지도 않을 거면서 볼멘소리만 해댄다.




공부를 하기엔 분량이 너무 많고 오로지 운이라는 허황된 믿음으로 이유 같지 같은 핑계를 장착한다. 공부는 하기 싫고 돈은 벌고 싶은(낯짝이 참으로 두껍다) 간사한 마로 넋 놓고 치킨값만을 바라보고 있다. 한탕하려다 한방에 갈 수가 있기에 개미는 많은걸 바라지 않는다. 무릎에 사고 어깨에 팔아라는 공식은 허벅지에서 배꼽까지만 와도 손이 근질거려 붙잡기 일쑤다. 부를 안 할 거면 인내심이라도 길러야 할 터인데 눈치 없는 손가락은 오늘도 나대기 바쁘다. 머리와 손가락이 따로 논다. 그나마 이것도 찰나의 행복한 순간이다. 아차 하다가 파랗다 못해 시커먼 깊은 바닷속으로 한없이 매몰차게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있자면 이런 행복한 고민을 가지는 것도 감사하게 여겨진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작은 소망이 있다면 이미 가망 없는 종목들은 환갑이 되기 전에 수면 근처라도 올라와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늘도 엄마개미는 킨값을 벌기 위해 전전긍긍하며 타이밍을 노린다. 이 길이 아닌 것 같으면서도 그 미련을 놓지 못하는 고된 개미의 하루를 보낸다. 글만큼은 즐겁게 쓰면서 운명에 맡길수 있는 베짱이의 삶을 살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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