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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Dec 19. 2023

악덕 주인을 만났다


지난 12월 17 일요일.

(몬스) 테라가 온 지 삼일째 되는 날.

작은 집에 발 담고 있던 아이를 무럭무럭 자라나길 바라는 마음에 새집을 마련해 주기로 하였다. 이미 아홉 개의 크고 작은 잎과 돌돌 감겨있는 예비식구를 맞이하는 중이다. 아직 모습을 감추고 있는 새 식구는 처음부터 몸집이 꽤나 크게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침을 먹기 전 테라도 잠시 일광욕을  시켜주었다. 엄마는 떡국을 먹을 테니 일단 너는 광합성을 쬐고 있으렴. 테라의 마음을 읽어주는 듯 천 원짜리 바구니가 신 미소를 활짝 지어주었다.








아점을 먹은 후 설거지를 하는 사이 남편이 본격적으로 이주를 하기 시작했다. 작은 화분에서 벗어난 테라의 발들은 생각보다 더 옹기종기 붙어있었다. 얼마나 갑갑했을까. 그동안 좁은 집에서 옴짝달싹 못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이리저리 엉겨 붙은 뿌리에 얼른 숨구멍을 트이게 해주고 싶다. 혹여나 흐트러질세라 조심조심 테라를 옮긴다. 이사할 집은 직사각형모양의 기다란 새하얀 집이다. 인테리어 한번 세상 깔끔하다.




물도 잘 빠지도록 망도 깔아주었다. 부드러운 흙을 반 이상 채운 후 아홉 줄기 테라를 무사히 한 번에 옮길 수 있었다. 그리고 남은 토양도 아낌없이 폭신하게 덮어주었다. 이주한 기념으로  샤워도 시켜주었다. 아홉 개의 잎 중 호의 얼굴에서 생기가 돈다. 옮긴 집이 꽤나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눈에 하트 발사하며)

(몬스) 테라야, 아까 물 많이 먹어서 배부르지?


라고 생중계하듯 전달했더니 어느새 뒤통수가 서늘하다.




그만 봐~


자기 여기 있다며 풀에게 시샘하는 둘째. 우리 집 마지막사랑은 본인이기에 장난 삼아 물어본 출처 없는 동생의 행방에도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며 고개를 내젓는 아이다.




테라는 말대꾸를 안 하잖아.


테라를 예뻐하는 는 다 이유가 있다며 쇄기를  놓았다.





비록 코딱지 만한 거실이지만 너를 더 가까이 볼 수  다행이다. 우리가 멀어져야 할 이유는 없다. 뒤늦은 식집사에게 새로운 할 일이 생겼다. 조금 더 가까이 조금 더 세심하게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라를 돌보는 사이 내 마음도 함께 정화되길 기대해 본다



이제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여러 다리 쭉 펴고 잘 수 있길 바란다. 이곳으로 온 이상 작게 바라는 게 있다면 우리 집 공기청정과 남편의 말동무 나에겐 정신적 평화, 큰아이에겐 초록이의 소중함을 둘째에겐 동생역할까지 이제 겨우 동거한 지 삼일째 되는 날인데 너무 막중한 임무를 바라는 건 아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모르게 의지하 마음이 크다. 몇 날 며칠을 고민하고 결정했거든.








드디어 그 말로만 듣던 식물테라피 받을 수 있는 건가. 멋모르고 이 집에 들어온 테라는 이주 한번 받고선 모든 걸 내노으라는 악덕 주 만났다.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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