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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Dec 28. 2023

나의 휴무날 남편이 연차다


오늘은 내가 그토록 기다리는 평일 휴무날이다. 유일하게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나만의 특별한  날. 한 달에 네 번. 지중지 이 날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아침에 첫째는 방학식을 하러 갔다. 그 말은 최소  달 동안은 이 시간을 누리지 못한다는 통보다. 그런 휴무를 다른 날처럼 설레면서 기다리지 못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마음이 불편하다. 나의 휴무날 남편이 연차다. 이제는 그렇게 달갑지만은 않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김밥 싸준다고 그렇게 좋아하더니 그새 마음이 바꿨다. 이런 마음도 글감이 되어주어 오히려 고마워해야 는 건지.



예전에는 좋았다. 글을 쓰기 전까진. 시간이 남아돌았으니까. 아이들 없이 같이 쉬는 날이 드물었으니 그런 날은 남편과 함께 브런치를 먹던가 가까운 바닷가에 콧바람을 쇠러 가기도 했었다. 연애하던 때의 기분으로 기다렸는데 그 마음이 변했다. 조용히 앉아 책을 읽고 싶다. 글 쓸 시간이 모자라다는 것을 남편이 이해하기나 할까. 이것 또한 내가 게을러서 미라클모닝을 하지 못한 탓이라고 해야겠지. 


  

지금 나는 거실에서 글을 쓰고 남편은 안방에서 폰을 본다. 남편과는 산책도 자주 하며 소통이 원활한 편인데 글을 쓰고나서부터는 좀 뜸해지긴 했다. 이럴 때 무슨 대작을 쓰는 것도 아니면서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오지만.



남편은 아무 말도 안 했는데 혼자서 오만가지 신경을 다. 저 문을 열고 나오는 순간 이제 내 시간은 사라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티 내지 말자. 방문이 열리면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오늘은 머 먹으러 가지? 라며 밝게 웃자. 글을 쓴다는 핑계로 인상 찌푸릴 일을 만들어선 안된다. 글을 써서 더 밝아진 모습을 보이고 싶다. 앞으로 나와 평생 함께할 사람은 자식이 아닌 남편이다. 그런 남편에게 더 신경을 써야겠다. 글을 쓰고 나니 괜히 미안함이 밀려온다.



헉.. 그가 나왔다. 

오늘의 일정을 위해 움직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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