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면서 내가 쓰는 문장 하나하나에 푹 빠질 때가 있다. 한 문장이 아쉬워 지우기도 아깝다. 바로 내 글에 내가 취해버린 거다. 그렇게 안 써지면 안 써진다고 징징거리고 잘 써지면 잘 써지는 데로 흠뻑 빠져든다.초보작가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면서도 글을 멈추게 하는 원인이 되는 것 같다. 독자입장에서 바라보지 못하고 내글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아직 내 코가 석자라 독자까지 챙길 여력은 없지만 애써 의미 있는 마무리를 지어보려 한다. 가끔 행운처럼 찾아오는 메인장식은 내가 나에게 해주는 다짐 글이다. 어느 정도 예상한 글도 있지만 그 적중이 맞아떨어졌을 때의 쾌감은 하늘을 찌른다. 인정받은 기분이다. 만끽하는 순간도 잠시. 더 이상 원하는 글을 내놓지 않을 시 등 돌아서는 구독자를 붙잡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마음을 들었다 놨다 연연해하지 않으려 하지만 너무나도 선명한 숫자다.
글을 잘 쓴다라는 기준이 있다 없다는 읽어서 술술 잘 읽히는 글,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드는 글, 울림 있는 글, 따라 하고 싶은 글이 좋다. 내가 내 글을 읽고 대부분이 미흡하지만 가끔 흡족할 때가 있다. 메인에 뜰 때마다 속이 뻥 뚫리는 기쁨은 감출 수가 없다. 다른 작가들의 글을 보면서 다 읽고 난 후 바로 그 화면에서 나오지 못하는 글은 어김없이 메인에 올라온다. 이제 조금의 반짝이는 느낌이 있다. 이게 글쟁이가 되었단 말인가. 놔두면된다. 이러다 제풀에 지쳐 언제 땅굴 팔지 모른다. 이런 글이라도 써놔야 글테기가 올 때마다 들쳐보는 일기라도 될 수 있다.
글을 쓰다 보니 이거다라는 글감에 대한 확신이 생길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초고도 줄줄 쓰게 된다. 횡재다. 그러다가 이내 글감이 바닥나면 하나를 파고들지 못하고 겉핥기만 하고 있다. 보통의 일상글도 파고들어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싶다. 그날의 조회수에 따라 주식창 못지않는 감정기복이 널뛴다. 평정심 유지하기. 그냥 쓰기. 겸손하기. 글을 쓰면서 세 가지 덕목이 필수인 거 같다. 쓰고자하는 마음만큼은 내 잘난 맛으로 써보려고도 한다.
뒤돌아보지 말고 직진만 해야 할 때, 잠시 멈춰서 지금을 봐야 할 때. 과거를 돌아봐야 할 때. 아직은 적절히 배분하여 다 챙기지 못하지만 하나는 분명하다. 지금 이 자리에서 하나씩 나아가는 것. 지나간 건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버리는 카드는 미련 없이 놓아두고 앞만 보며 써나간다. 앞만 보려니 미쳐 챙기지 못한 것들이 눈에 선하지만 부족한 점들은 쓰면서 채워나가보려 한다. 내 코가 석자다. 일단 나부터 챙겨본다. 내가 먼저 충족이 되면 주위도 보일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