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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Mar 02. 2024

믹스커피 끊기

1일이니까!


삼일절인 아침 어김없이 여덟십오분에 일어났다. 알람은 여섯 시에 맞춰 놓았지만 역시나 단번에 일어나는 기적은 없었다. 새벽 네시가 넘어 겨우 선잠이 들었기 때문이다. 평소 커피와 무관하게 잠이 잘 들지만 어쩌다 한 번씩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울 때가 있다. 하필 오늘이 될 줄이야. 저녁 늦게 마신 커피가 새로운 한 달, 일찍 하루를 시작해 보려는 계획에 걸림돌이 되었다. 그렇다고 커피를 완전 끊는다고는 하지 못한다. 되도록 늦은 시간에는 피해야겠다.






1일이니까! 시작해 볼까?로 소소한 마음이었다가 적을수록 비장해지는 결심이 생겼다. 블랙과 라테는 슬쩍 눈 감아주지만 또 다른 떼려야 떼지 못한 복병이 하나 있다. 새벽기상은 물 건너갔으니 다음 목표는 믹스커피 기다.



출근  물걸레를 밀대에 고정한 뒤 바닥을 닦고 침구정리를 한다. 원장님 출근까지 대략 15분이 남는다. 잠시 쉬는 동안 팔팔 끓인 물에 노랑봉지 점선 따라 떼어내어 희고 고운 가루와 갈색 덩어리들을 텀블러에 붓는다. 믹스커피의 맛은 물양에 따라 달달함의 농도가 달라진다. 대중으로 대충 붓는 것 같지만 나만 보이선이 있다. 스위트한 향이 텀블러 안을 가득 메운다. 뜨거운 열기가 단단한 스텐을 감싸고 온기를 전한다. 목구멍을 넘어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동안 내 몸은 달달함에 흠뻑 젖는다. 이 맛이지.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허기와 오전 에너지를 채우기엔 충분하다. 나만의 바리스타와 짧은 찰나를 함께 해왔다. 그렇게 오전루틴처럼 마셔왔던 노랑봉지와 잠시 거리 두기를 하려고 한다.

 


금주 다음으로 믹스커피인가. 내일부터 금주라는 말을 공개한 후 바로 시작했다. 믹스커피를 끊는다는 결심 역시 난이도 상을 버금가는 시도다. 매일 아침 빈속을 책임지다시피 했던 영혼의 단짝 같은 존재였다. 아침만 찾았을까 많게는 점심 이후 그리고 입이 심심하다는 이유로 최대 세잔까지도 마셨다. 최근에는 노랑봉지 두 개를 동시에 부어 물 반 우유반까지 데워 넣어 한층 더 부드럽고 달콤한 신세계의 맛을 경험했다. 한번 마시게 되니 계속 우유를 찾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달달함의 유혹은 생각보다 더 강렬다. 믹스커피 하나만 마셔도 당때문에 신경이 쓰이는데 한꺼번에 두 좀 과하다 싶었다. 






오늘 아침 노랑이대신 찾은 건 우엉차였다. 가끔 대신 마시기는 했지만 이내 믹스커피갈아탔었다. 다시 한번 도전해 보자 하는 마음으로 우엉차의 효능을 검색해 보았다. 다이어트와 당뇨개선, 혈액순환, 장건강, 면역력과 뼈건강까지(네이버참조) 안 챙겨 먹을 이유가 없었다. 우엉차의 좋은 점을 머릿속에 각인시키며 입이 마를 때마다 목을 축였다. 달달함 대신 구수함을 택했다. 다시 겨울이 온듯한 출근길에 몸이 으슬해서였을까 미지근함보다는 몸이 데워질 정도의 뜨끈로 하루를 시작했다. 왠지 모를 느낌이 좋다. 다시 돌아올지언정 최소 한 달은 이어가 보자. 줄이는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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