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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Jan 09. 2024

사건과 생각 구분하기


일요일이었다. 남편과 아이들이 잠시 외출한 사이 둘째의 옷장을 정리했다. 입지 않는 옷과 작아진 옷들을 가려냈다. 집으로 돌아온 첫째는 본인옷장도 정리해 달라 하였고 일단 책상 위부터 치우라고 했다. 쓰레기봉투를 하나씩 쥐어주며 제발 안 쓰는 물건 좀 버리라고 했다. 두 딸내미들이 본인들의 책상정리하기 시작한다. 분명 좋은 현상인데 왜 나는 점점 스트레스쌓여가는지 모르겠다. 눈으로 안 보면 되는데 보고 말았다. 책상에 있는 모든 물건을 바닥과 침대 위로 올리는 것이 아닌가. 오 마이 갓.. 평소 청소도 안 하면서 침대 위에 무작위로 물건을 올리는 첫째 아이의 모든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거다.

 


남편은 큰방에서 티브이를 보며 실내자전거를 타고 있고 두 딸은 방정리를, 나는 거실에서 독서를 하려는데 도무지 집중이 되지 않는다. 방정리를 하니 먼지가 날 것 같아 아이 창문을 열었다. 더 이상 쳐다보면 잔소리가 나올 것 같아 내 자리로 돌아왔다. 본인들의 물건이기에 스스로 결정하게 두었다. 둘째가 노래를 듣는단다. 둘째가 트니 첫째도 본인이 듣고 싶은 노래를 튼다. 좋은 생각이다. 나도 청소할 때 음악을 틀어 놓으면 더 흥겨우니까. 문제는 문을 열어놓으니 거실에 있는 나에게도 다 들린다는 거다. 순간 너무 속 시끄러워서 딸들 문을 닫았다. 닫고 나니 또 미안해진다. 환기가 안될 것 같아 다시 문을 열어주었다.



정리에 속도가 붙을수록 거실에 버릴 물건들이 점점 쌓여가고 있었다. 한때 열심히 가지고 놀던 레고를 드디어 둘째가 버린다고 내놓았다. 그때 큰아이가 둘째가 내놓은 레고 중 아기자기한 것들을 고른다며 이리저리 휘젓고 있다. 조그마한 레고들이 뒤섞이는 소리가 귀에 거슬린다. 그것도 아주 많이. 이 소리만 나오는 게 아니라 양쪽방에서 흘러나오는 노랫소리까지 섞여 나오니 미칠 노릇이었다.






이 상황에서 <멕스웰 몰츠의 성공의 법칙>을 읽어보려 애썼다. 어차피 처음부터 각 잡고 보기엔 부담되어 아무 데나 끌리는 페이지를 펼쳤다.


스스로 불행을 부추기지 마라

한 사업가는 이렇게 물었다.
"제가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주식으로 얼마 전에 20만 달러를 잃었습니다. 결국 저는 파산했고, 명예를 잃었습니다."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당신의 생각을 그런 사실에 추가하지 않는다면 보다 행복해질 수 있었습니다. 20만 달러를 잃었다는 사실만 받아들이세요. 당신이 파산해서 명예를 잃었다는 건 당신 생각입니다."

그런 다음 나는 그리스의 철학자 에픽테투스의 다음과 같은 말을 기억하라고 했다.
"인간은 일어난 사건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 사건에 대한 자신의 생각 때문에 고통을 느낀다."


이 글을 읽고 사실만 정리해 보기로 했다. 아이들은 각자의 할 일을 하고 있는 셈이다. 나의 생각은 그 소리 때문에 시끄러워서 책을 읽을 수 없었다는 것. 주말이라 나도 조용히 쉬고 싶은 마음에 사실보다 생각이 더 크게 다가왔었다.






음악을 들으며 정리하니 재밌단다. 이제 겨우 정리의 맛을 알아가고 있는데 또 내 생각한다고 당장 끄라고는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이건 뭐 언제 끝날지도 모른다. 대신에 한 시간 뒤엔 음악을 끄자고 시간을 정해주었다. 아이들도 수긍했다. 이불 위의 물건들은 다 정리하고 나서 빨면 그만이다. 일어난 일에만 집중하고 해결책을 만든다. 아이들은 제법 미련 없이 잘 버리고 정리했다. 나보다 낫다 했다.




정해진 시간에 음악을 끄니 그다음은 리코더다. 지금 리코더를 불고 있다. 음악을 사랑하는 딸로 인정해야 하는데 또 부글부글 오른다. 시끄럽다고 그만 소리를 빽 질러버렸다. 사실만 받아들이기엔 나의 인내심이 그리 깊지가 . 책내용은 이해했으나 사건과 생각을 무 도려내듯 별개로 구분하기가 힘이 든다. 이것 또한 내 생각이다. 오늘 있었던 아주 작은 일에도 일희일비하다. 내공이 한없이 부족함을 느낀다. 앞으로 수많은 사건들이  많이 일어날 텐데 그때마다  사실과 생각을 구분하는 능력을 키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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