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이었다. 남편과 아이들이 잠시 외출한 사이 둘째의 옷장을 정리했다. 입지 않는 옷과 작아진 옷들을 가려냈다. 집으로 돌아온 첫째는 본인옷장도 정리해 달라 하였고 일단 책상 위부터 치우라고 했다. 쓰레기봉투를 하나씩 쥐어주며 제발 안 쓰는 물건 좀 버리라고 했다. 두 딸내미들이 본인들의 책상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분명 좋은 현상인데 왜 나는 점점 스트레스가 쌓여가는지 모르겠다. 눈으로 안 보면 되는데 보고 말았다. 책상에 있는 모든 물건을 바닥과 침대 위로 올리는 것이 아닌가. 오 마이 갓.. 평소 청소도 안 하면서 침대 위에 무작위로 물건을 올리는 첫째 아이의 모든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거다.
남편은 큰방에서 티브이를 보며 실내자전거를 타고 있고 두 딸은 방정리를, 나는 거실에서 독서를 하려는데 도무지 집중이 되지 않는다. 방정리를 하니 먼지가 날 것 같아 아이들 방창문을 열었다. 더 이상 쳐다보면 잔소리가 나올 것 같아 내 자리로 돌아왔다. 본인들의 물건이기에 스스로 결정하게 두었다. 둘째가 노래를 듣는단다. 둘째가 트니 첫째도 본인이 듣고 싶은 노래를 튼다. 좋은 생각이다. 나도 청소할 때 음악을 틀어 놓으면 더 흥겨우니까. 문제는 방문을 열어놓으니 거실에 있는 나에게도 다 들린다는 거다. 순간 너무 속 시끄러워서 딸들 방문을 닫았다. 닫고 나니 또 미안해진다. 환기가 안될 것 같아 다시 문을 열어주었다.
정리에 속도가 붙을수록 거실에 버릴 물건들이 점점 쌓여가고 있었다. 한때 열심히 가지고 놀던 레고를 드디어 둘째가 버린다고 내놓았다. 그때 큰아이가 둘째가 내놓은 레고 중 아기자기한 것들을 고른다며 이리저리 휘젓고 있다. 조그마한 레고들이 뒤섞이는 소리가 귀에 거슬린다. 그것도 아주 많이. 이 소리만 나오는 게 아니라 양쪽방에서 흘러나오는 노랫소리까지 섞여 나오니 미칠 노릇이었다.
이 상황에서 <멕스웰 몰츠의 성공의 법칙>을 읽어보려 애썼다. 어차피 처음부터 각 잡고 보기엔 부담되어 아무 데나 끌리는 페이지를 펼쳤다.
스스로 불행을 부추기지 마라
한 사업가는 이렇게 물었다.
"제가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주식으로 얼마 전에 20만 달러를 잃었습니다. 결국 저는 파산했고, 명예를 잃었습니다."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당신의 생각을 그런 사실에 추가하지 않는다면 보다 행복해질 수 있었습니다. 20만 달러를 잃었다는 사실만 받아들이세요. 당신이 파산해서 명예를 잃었다는 건 당신 생각입니다."
그런 다음 나는 그리스의 철학자 에픽테투스의 다음과 같은 말을 기억하라고 했다.
"인간은 일어난 사건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 사건에 대한 자신의 생각 때문에 고통을 느낀다."
이 글을 읽고 사실만 정리해 보기로 했다. 아이들은 각자의 할 일을 하고 있는 셈이다. 나의 생각은 그 소리 때문에 시끄러워서 책을 읽을 수 없었다는 것. 주말이라 나도 조용히 쉬고 싶은 마음에 사실보다 생각이 더 크게 다가왔었다.
음악을 들으며 정리하니 재밌단다. 이제 겨우 정리의 맛을 알아가고 있는데 또 내 생각한다고 당장 끄라고는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이건 뭐 언제 끝날지도 모른다. 대신에 한 시간 뒤엔 음악을 끄자고 시간을 정해주었다. 아이들도 수긍했다. 이불 위의 물건들은 다 정리하고 나서 빨면 그만이다. 일어난 일에만 집중하고 해결책을 만든다. 아이들은 제법 미련 없이 잘 버리고 정리했다. 나보다 낫다 했다.
정해진 시간에 음악을 끄니 그다음은 리코더다. 지금 리코더를 불고 있다. 음악을 사랑하는 딸로 인정해야 하는데 또 부글부글 오른다. 시끄럽다고 그만 소리를 빽 질러버렸다. 사실만 받아들이기엔 나의 인내심이 그리 깊지가 않다. 책내용은 이해했으나 사건과 생각을 무 도려내듯 별개로 구분하기가 힘이 든다. 이것 또한 내 생각이다. 오늘 있었던 아주 작은 일에도 일희일비하다. 내공이 한없이 부족함을 느낀다. 앞으로 수많은 사건들이 더 많이 일어날 텐데 그때마다 사실과 생각을 구분하는 능력을 키워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