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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Feb 04. 2024

시어머니가 놓고 간 꽃다발

용기있는 상상


요즘 어머니가 나에게 글을 쓰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주는 것 같다. 이번주만 오늘까지 네번째 방문이다. 글을 쓰지 않았다면 그냥 왔다 시나보다 하고 끝날 일을 다시 한번 더 곱씹게 해 준다. 일주일에 한 번 꼬박 오시면 연재라도 내야하나 고민이 된다.






책을 읽으려고 거실 한편 내 지정석에 앉았다. 우리 집에 화사한 생화가 있다. 색상이 다. 전체적으로 찍으니 꽃꽂이가 문제인지 화분(?)이 문제인지 듬성듬성 2프로 부족해 보이지만 그것보다 우리 집에 꽃이 있다는 게 팩트다. 그것도 생화로. 부자들은 집에  생화를 둔다는 것을 영상에서 보았다. 그렇게 생각하니 괜히 부자가 된 것 같고 설레기까지 하다.



어제 시어머니가 페트병에다 꽂아두고 가셨다. 이 꽃다발은 어머니가 한 해 동안 열심히 봉사를 하시어 창장과 함께 받은 꽃다발이다. 요렇게도 찍어보고 저렇게도 찍어본다. 한송이마다 카메라를 들이밀고 가까이 찍으니 수줍은 듯 자기 색깔을 내민다. 



멍 때리며 보게 된다. 어머니도 현재 자신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만으로 큰 활력을 받으시는 것 같다. 봉사는 마음을 내어주는 것.  마음으로 누구보다 바쁘게 사신다. 에만 있는 것보다 훨씬 활기가 돈다.



꽃이 주는 화사한 기운이 있다. 꽃은 언제부터 예뻤을까? 예뻐서 넋을 잃고 바라보게 된다. 는 것만으로도 눈 호강이다. 어머니가 놓고 간 꽃을 보고 있으니 쓰고자 하는 마음이 꿈틀거린. 꽃은 시들고 없어지겠지만 어머니의 봉사정신은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다. 사진으로 남은 꽃과 글은 영원히 그 자리를 지킨다. 꽃을 보면 그냥 기분이 좋아진다. 꽃을 바라보는 마음으로 모든 걸 대하고 싶다.






오전에 걷고 늦은 점심을 먹은 후 설거지를 했다. 뒷정리를 끝내고 독서를 하려고 앉았다. 세 정도 읽었을까 둘째 딸의 전화가 울린다. 시어머니였다. 바로 옆에 있는 남편이 받았다. 지금 올라온다는 통보다. 미리 전화했으니(?) 되었다. 일요일인 오늘도 느닷없이 방문하셨다. 어머니가 오실 때마다 내일 먹을 식량이 늘어난다. 무거운 짐을 들고 오시는 건 탐탁지 않지만 이렇게 해야 또 어머니 마음이 편해진단다. 어머니도 해야 할 일이 있으면 그때그때 움직이신다.



마음 편히 앉아 글만 쓰면 되는데 뭘 그렇게 망설이고 있는지 일단 손가락부터 움직이기로 한다. 번주 내도록 이 글 하나 붙잡고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어머니가 연이어 방문하는 이유를 얼른 글을 발행하라는 계시로 받아들인다. 어머니가 불시에 오는 것보다 발행하지 못하는 글이 쌓이는 게 더 불편하다. 어머니 덕분에 또 한 편 내어놓을 수 있게 되었다. 1 글 발행을 위해서라면 1일 방문하셔도 나쁘지 않겠다는 용기 있는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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