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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Feb 20. 2024

알람만 미뤘을 뿐인데


am 6시 진동이 울린다. 혹여나 남편과 아이들이 깰까 봐 벨 설정은 해두지 않았다. 대신 7시 이후로 울리는 알람은 반드시 소리로 설정해 둔다. 6시부터 8시까지 최대 두 시간은 더 잘 수 있다. 매일 같이 울리는 알람을 매일 같이 끄고 자면서 또 그렇게 부지런히 설정을 해둔다. 이것마저 아침루틴으로 자리 잡히고 말았다. 이때 자는 잠이 그렇게 달콤할 수가 없다. 예전엔 미세한 진동에도 잘만 일어났는데 갈수록 무뎌진다. 천사보다는 악마의 유혹이 주로 승을 거둔다. 마지막 알람은 8시 15분. 출근시간 4분 거리. 전생에 나라를 구하기라도 했나 보다.






수요일에서 목요일로 넘어가는 모두가 잠든 고요한 시간.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대신 미라클나잇을 택한다. 휴무일 유일하게 누리는 새벽시간으로 아침 알람은 미뤄질지언정 해야 할 일까지 계속 미뤄둘 수는 없다. 시간만 촉박해질 뿐이다. 읽고 쓰는 일이 예전보다는 자리를 잡았지만 늦잠보다  달콤하지는 않은가 보다.



스스로 해내지 못함에 프로성인으로 산지도 365일째다. 늦잠의 자책은 쓰면서 해소해 보지만 아직 미련 가득하기만 하다. 내 글은 내가 가장 많이 본다. 잊을만하면 아와 지나간  읽는다. 그때 왜 그랬을까. 이땐 이랬지 다시 자극받고 일어서기도 한다. 밑도 끝도 없이 새벽기상에 대한 연재로 궁지에 몰아볼까라도 생각해 본다. 해내었던 때보다 하지 못했던 날들이  길어질수록 당연시되는 게 더 겁이 난다. 실천한 것만 해낸 일로 글을 써야 더 힘이 난다. 기상알람은 매번 바로 끄지만 외롭게 혼자 울리게 두지는 않을 것이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미래의 알람은 꺼지지 않도록 해야겠다. 단 하루의 실천이 매일이 되는 그날이 올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꿈틀거림은 계속된다.






알람만 미뤘을 뿐인데 삶의 모든 것이 늦춰진 것만 같다. 알람을 미루면 지금 당장 꿀맛 같은 휴식을 얻는다. 개꿀같은 휴식이 영원할 것 같으면서 눈을 뜨면  그때 뿐이란  걸 안다. 일은 많지만 나만 아는 일이라 개의치 않았다. 나의 시간이 없다며 투덜거리는 내 모습이 부끄럽기만 하다. 아이들 개학까지 이주가 남았다. 늦잠 자는 여유도 이 주면 끝날 거라 믿어본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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