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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Feb 08. 2024

그저 그런 사람이 되었다


글쓰기 줌수업에서 발표할 사람을 지목하는 중이었다. 나도 모르게 절로 고개가 숙여졌지만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더니 아무리 아닌 척 눈길을 피해봤자 내가 불릴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다. 호명되기 전까지 환청까지 들리는 듯했다. 이쯤 되면 내가 불리기를 은근히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오늘도 내 이름 석자가 불리고 말았다.






ㅇㅇㅇ작가님은 어떤 사람인가요?

? 어떤 사람?!! 보통 오늘은 어떤 일이 있었나요?를 예상했던 질문의 화살이 저 멀리 보이지 않을 만큼 날아가버렸다. 내 정신줄도 같이 날아갔다. 이곳엔 71명이나 되는 작가님들이 일제히 나를 바라보지만 내  눈엔 보이지 않는다.  나름 열심히 사는 사람, 절약도 하는 사람, 두 아이를 건강하게 키워낸 엄마, 매일 걷는 사람이라고 왜 말을 못 해!!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적막을 깨고 생각해 냈다는 게 고작 "그저 그런 사람"이라는 말이 불쑥 튀어나왔다. 



내가 대답하고도 너무 충격적이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내가 나에게 한다는 말이 그저 그런 사람이라니. 아무리 생각이 나지 않아도 그렇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내 무의식 속나라는 사람은 그저 그런 사람이었나. 무엇보다 71명이나 되는 사람들에게 공개적으로 그저 그런 사람이 되어버렸다는 생각에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었다. 그리고 연이은 또요? 에 소심한 사람이 되었고 집에 무관심하다고 말했다. 말을 하면 할수록 여긴 어디 나는 누구를 찾게 되었다. 그래도 가끔 애교도 있는 아내이지만 이것도 내 마음이 편할 때라고 대답했다. 그 뒤로도 계속 이어지는 질문에 대답은 하고 있었지만 수업과 연관되어 하나의 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을 해주시는데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수업이 끝날 때까지 난 그저 그런 사람이 되어있었다. 그것도 다른 사람도 아닌 나 자신이 내가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고 스스로 인정해 버린 것만 같아 더 마음이 씁쓸해졌다.






요 며칠 자꾸 멍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글도 안 써지고 다른 잡념도 가득 찼다. 해야 할 일과 또 해야 할 일이 겹쳐 움직이기만 하면 되는데 계속 모른척하고 싶었다. 하나라도 무언가 똑 부러지게 해내지 못하는 마음이 커서일까. 그저 그런 사람이라는 말이 내가 나에게 정신 차리고 글 쓰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가져다주는 것 같다.



오늘 난 그저 그런 사람이 되었지만 내일부터는 다른 사람되기 위해 하나라도 변화된 행동을 시도해야만 한다. 적잖이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다르게 생각해 보면 그저 그런 사람 안에 특별하지 않아도 무던하게 쓰고 나가라는 뜻으로 해석해보기도 한다. 이래서 발표가 중요하다. 말을 해야 안다. 평소 생각해보지 않은 질문을 해보아야 한다. 의식하지 못했던  것을 생각하게 해 준다. 이제 그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줄 차례다.






근데 뭐 하지?

그저 그런 사람이 저인데요.

뭐라도  써내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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