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우리 새끼>프로그램을 보았다. 이동건배우가 아침부터 술병들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10년 동안 매일같이 마신술을 버리고 있다(그 아까운 걸) 이 모습만 보면 굳은 결심이 화면 밖으로까지 느껴진다.
맥주를 만든다. 도라지차 보리차 탄산수를 섞는다. 관심이 간다. 색이 그럴듯하다. 그냥 무알콜 맥주를 마시지. 나도 무알콜맥주를 마셔보았지만 처음에만 좋았지 이내 그 느낌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맥 빠진다 해야 할까..
'그래...술 없이도 즐거울 수 있어'란 자막이 나온다.이건 혼자만의 다짐이다. 처음엔 결코 즐거울 수 없다.그 마음 누구보다 잘 알기에같이 응원하는 마음으로 계속 지켜보게 되었다. 나름금주선배로서 처음이 가장 견디기 힘들다. 일주일이 고비다. 생각을 안 하려 할수록 더 생각이 난다. 그저 하루하루 버티는 수밖에 없다.그 시간을 공허하게 보낸다면 술생각은 더욱 간절하게 된다.
절주 하려는 의지가 이제 겨우 30시간 된 사람이 술자리에 가다니 그것도 술을 좋아하는 절친들에게. 호랑이굴에제 발로 들어가는 상황이 되었다. 그런 뜻은 아닐 테지만 테스트가 너무 빠르다.패널로 앉아있는 엄마들과 나조차도 설마 하는 마음으로 바라보았다. 늘 먹던 소주 맥주는 잘버텼지만 인삼주 등장에 눈이 커지더니 결국은 무너지고 말았다. 탄식의 소리가 들린다. 모두의 머리 위로 화산폭발이일어나고 있다.
마음먹는 대로 바로 절주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만 된다면 알코올중독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금주를 하겠다고 마음먹는 사람은 조절이 안 돼서 다짐을 한다. 금주선언을 하더라도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게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설연휴 전 날10년 동안 알고 지낸동네지인들을 만났다.이제는 모임에서도 잘 버틴다. 버틴다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괴롭지는 않다.
나는 지금 술을 먹지 않아도 즐거운가? 아직도 완전 미련을 버리진 못했다. 막 즐겁지도 않다. 단지 다른 즐거움을 찾아보고자 하는 마음이 더 크게 와닿기에 이어오고 있다.이제는 내가 술을 먹고싶은지 안 먹고싶은지 질문은 할 수있지만 크게 의미가 없다. 먹고싶다한들 안 마실 거 아니까.마음속으로 정한 그날이 있다.
오늘로 금주한 지 129일 차. 그렇다.그 쓸데없는걸 세알리고 있다. 나를 위한 의미부여다. 눈에 보이는 숫자로 매일의 인증으로 하루하루를 지켜내고 있다. 작년 이맘때쯤 50일 정도 금주를 한 적이 있다. 그때는 단지 금주 만이 목표였다. 술 외엔 다른 이유가 없었다. 허술한 목표가 한번 무너지더니 다시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거의 매일같이 술을 마셨다. 이제는 조금 다른 의미로 금주를 하고 있다. 다시 돌아가기엔 애써 지켜온 시간들이 단번에 물거품이 될것만 같다.가끔 음주를 즐겨도 될 텐데라는 생각도 해본다. 내가 나를 믿을 수있는 그날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아직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