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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Feb 14. 2024

쓰려고 작정한 글

양치질을 하다가 욕실을 노려봤다


양치질을 했다. 저녁 먹고 바로 하지 않았다. 요즘 푹 빠져있는 드라마인 닥터슬럼프를 보느라 글쓰기가 밀려버렸다. TV 볼 거 다 보고 간식 먹을 거 다 먹고 자기 전에 양치를 했다. 이미 자정이 지난 시간이었다. 쓰려고 작정하고 보기 시작했다. 칫솔질을 위아래로 움직이며 욕실을 노려봤다. 양치를 하는 나와 욕실솔이 눈에 들어왔다. 런치든 일기장이든 글을 쓰는 내 모습과 겹쳐 보인다.






양치이 브런치라면  일기장이고 청소 일기장에 끄적이는 연필(키보드) 같다. 하루 세 번 양치를 한다. 치질은 입속 세균을 없애기 위해서도 하지만 남에게 깨끗하게 잘 보이기 위해서도 한다. 브런치는 나를 위해 쓰지만 결국 다른 사람들에게 읽히는 글이 되기 위해 쓴다. 브런치에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이상 쓰지 않으면 양치를 안 한 것 마냥 찝찝해진다. 일단 작가의 서랍에 뭐라도 끄적이면 가글이라도 한 것 같다. 일기는 써도 그만 안 써도 그만이다. 욕실청소도 매일 악착같이 하진 않는다. 막상 작만 하면 진심으로 빡빡 문질러 찌든 때를 벗겨낸다.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 의무적인 곳이 아닌 아무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비밀스러운 공간. 내 속내를 다 드러내어도 마음 편한 곳. 몸과 마음이 다 씻겨지는 일기장과 욕실은 그런 공간이다. 시원은 한데 이프로가 부족하다. 인정이다. 나만 보는 글이 아닌 브런치에 글을 써서 나라는 사람을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점점 커진다. 양치질을 마음먹고 하지 않듯이 결국은 매일 양치하듯 글을 써야 한다.






이러려고 늦게까지 간식 먹고 글도 미뤄둔 건지. 밥은 점심 저녁 꼬박 챙겨 먹고 중간중간 커피도 마시고 주전부리도 잊지 않는다. 먹어야 양치를 한다. 읽어야 글을 쓴다. 반대로 안 먹어도 양치질은 해야 하고 책을 안 읽어도 글은 써야 한다. 알지만 귀찮아서 더 파고들고 싶지 않아서 미룰 때가 많다. 양치를 미루면 이가 썩고 쓰기를 미루면 오늘은 기억에 묻혀 무의미하게 지나가버린다. 아무리 행복해도 그 순간으로만 남게 된다. 앞으로 더 큰 즐거움만을 바랄 것이다. 밥을 먹고 양치하면 금방 개운하고 오늘 글 쓰면 지금 상쾌하다. 내일도 양치하고 글 쓰는 일이 원래 해야 하는 일처럼 받아들이고 싶다. 정 찝찝하면 가글이라도 해야겠다. 이제 쓰려는 마음만 먹지 말고 뭐든 째려본다. 이미 많이 먹었다. 쓸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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