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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Mar 06. 2024

계단으로 올라간다


휴무날이 되면 도서관을 간다. 매번 완독을 다 하지도 못하면서 기어이 나간다. 버스를 타면 네 코스. 걸으면 이십 분 정도 소요된다. 늘 걷던 길이라 버스를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비가 오거나 콧잔등이 시린 날에는 지하상가 찬스를 다. 지금 입으면 가장 예쁠 것 같은 옷가게와 누우면 피로가 가실 것 같은 안마의자, 반짝이는 액세서리의 유혹에도 꿈쩍하지 않고 매몰차게 지나친다. 지갑사정은 지켜내었다. 가방이 무거워 지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가볍게 무시하고 자연스럽게 에스컬레이터에 몸을 실었다. 얼마나 편한지. 이대로 도서관 문 앞까지 데려다주길 원했다.




8층에서 점심을 먹는다. 봄 여름 가을에는 거의 계단으로 올라간다. 12월이 되면 계단은 냉동창고가 된다. 점퍼를 챙겨 입고 나가는 게 귀찮시베리아 같은 계단은 재빠르게 패스한다. 두 달 넘게 엘리베이터를 탔다. 터치 한 번으로 순간이동하듯 어느새 8층에 도착하였다. 바깥날씨는 어느 정도 풀렸지만 여전히 건물계단은 냉기로 가득하다. 날이 풀리기만을 기다렸다간 한번 올라간 몸무게의 숫자도 꼼짝하지 않을 것  이 주 전부터 다시 계단을 이용한다.






편하고 싶은 본능이 베여있다. 매번 당연한 듯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타는 건 아니다. 계단을 이용하려는 마음은 늘 내 안에 그득하다. 한 계단 씩 올라가려고 마음먹은 건 나임을 알아준다. 움직이려고 의식하지 않으면 언제 어느 순간 나도 모르는 사이 자동화에 몸을 맡겨버린다.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살이 빠지기를 기다릴 수 없고 손하나 까딱하지 않으면서 글이 써질 리가 다.




지금 쓰려는 글하나 붙잡고 파고들 생각하지 다. 이 글 저 읽다 말 다를 반복한다. 혹시나 더 편한 길이 있나 하며 눈동자가 분주하다. 아무리 눈 씻고 찾아봐도 지름길이 안 보인다. 만 빼고 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잘도 올라가는 것만 같다. 바로 내 앞에 보이는 계단을 밟으려 하지 않고 버튼을 찾고 있었다. 내 글이라는 계단 밖에 다른 길은 없다. 금 끄적이는 문장하나, 문단하나가 모여 유일하게 움직이는 에스컬레이터가 될 수 있도록 로지 내 글만 밟고 올라간다. 밟을수록 튼튼한 디딤돌이 되어주길. 오늘도 한 계단 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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