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발행 후 찾아오는 안도감도 잠시 다음엔뭐 쓰지가 절로 마중 나온다.바로 다음 글로 이어갔으면 하나 그게 내 마음대로 안되니 애간장이 탄다. 용이 쓰인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밀어붙여야 한다. 쓰고자 하는 의욕만큼은 충분한데 말이다. 이것만으로 다 될 것같으면 발행의 거리는 누구나길게 느껴지지 않을 것 같다.
가족과 함께 일박으로 부산여행을 왔다. 계획에 없던서점에 들렀다가 우연히 류시화작가의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 책을 보게 되었다.
평범한 사람이 특출 난 사람을 이기는 유일한 방법은 한 가지를 죽어라고 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이 문장에 '재미있게'라는 단어를 넣으면 더 완벽할 것이다.
꾸준하고 즐겁게 이어가기. 알면서도 실천에 옮기기 어렵다며 못을 박아버리기 일쑤다. 죽어라고 재미있게 글쓰기. 가능한 일인지. 가끔 재미는 있지만 죽을 만큼 파고들지는 못했다. 나름 잘 살고 있다고 만족하는 순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함을 안다.제자리에만 있고 싶지 않았다. 지금 글을 계속 이어가고 싶은 이유 중 하나다.
일단 써내고 나면 다음은 독자의 몫이다. 그것이두려워발행 전 고민이 많다.분명 잘하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누군가 뒤에서 어깨를 톡톡 치며 '이거 아니에요'라고 하는데 돌아보면 아무도 없다. 그 사람은 바로 나다. 그렇게 쓰는 거 아니라고 아무도 지적질 한 사람 없는데 내가 나에게책임지지 못할 한마디를 툭 내던지고 만다.
그 사람은 바로 나라며 양 엄지손가락으로 분주하게 두드리다혼자소름 돋는 경험도 해본다. 낯선 곳에서 하룻밤 묵는 지금 시간 새벽 두 시가 가까워지는데 보이는 거라곤 핸드폰 불빛만 동동 떠있다.
객실 창문
깜깜한 방안을 보고 있자니 글쓰기를 가로막는 커다란 장벽 같다. 그나마 블라인드 사이로 미세하게 삐져나오는한 줄기 불빛이희망처럼 느껴진다. 내일이면 줄을 잡아당겨 밝은 햇살이 비출 것이다. 아침이면 해가 뜨고 밤이 오면 어둠이 내리는 게 당연한 것처럼 글을 쓰려는 마음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겠다. 죽도록 쓰진 못해도 계속 써야지라는 생각만큼은꼭 움켜쥐고 있어야겠다.
초등학교 때 햇살 좋은 날 했던실험이 생각난다. 하얀 종이에 햇빛을 돋보기로통과시킨다. 태양의 열기를 한데 모아종이 한편이 검게 그을리는 순간이 마음을 한 곳으로 파고들어 글이라는 연기를피우는것 같다. 그때 오로지 종이만 보였던 아이는 지금하얀 백지만 보이면 그 위에 어떤 이야기를 쓸 건지 어떻게 전달할 건지만을 생각한다. 어릴 때 혼자 했던 놀이를 이젠 저 이렇게도 놀아요라며 말하고 있다.언젠가는 왜써야 하는지누군가에게 내가 느꼈던 뜨거운 열정도 함께 나누고 싶다. 글쓰기 재미있어 죽겠다. 하. 하.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