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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Mar 14. 2024

아침에 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


하기 싫다. 힘든 거 아니까. 다리 아프고 숨이 차다. 숨 쉬는 방법조차 잊을 만큼 가파르게 몰아쉰다. 그러니 머리도 띵하다. 굳이 왜 사서 고생하냐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달리기 마니아도 아니고 매일 뛰지도 않는다. 그런데 잊을만하면 또 생각난다.



그냥 뛰고 싶었다. 뛰지 않을 이유는 수만 가지이지만 단 하나 때문에 움직이게 된다. 러닝 목표를 달성했어요! 이 말 한마디 듣기 위해서다. 누가 나 대신 달성해 주는 건 없다. 달성이라는 단어 좋고 하다. 크고 작은 기준은 내가 정한다. 또 뛰었다. 작은 해냄이 다음 기회를 엿보게 한다. 뛰는 순간의 기쁨보다 완주했을 때 다가오는 성취감이 더 크다. 작은 기록들이 쌓인다. 아침이라 그런가? 공복이라서? 분명 힘들었는데 저녁에 뛸 때보다 몸이 한결 가벼웠다. 지금까지 3킬로 뛴 기록 중 가장 빠르다. 나만 아는 기록 깨기도 소소한 재미가 있다.



시작 전에 뛰어야 하는 이유를 구구절절 나열해도 와닿지 않는다. 내가 설정한 목표로 직접 두 발로 뛰어보는 느만이 다음을 기약하게 만든다. 긴 시간을 요하지도 않는다. 짧은 시간 안에 성취감을 맛볼 수 있다. 백 미터 남았다는 친절한 안내에 허리에 묶여있던 패딩마저 벗어던지고 마지 속력을 내달린다. 종료 알림이 울린다. 끝났다. 홀가분하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아무 근심 따위 생각나지 않는다. 오로지 내 심장소리만 들린다.



5킬로미터, 10킬로미터, 하프마라톤을 목표로 달리는 건 아니다. 지금 시도하고 달성할 수 있는 3킬로미터만 해도 충분하다. 도전하는 자체로도 의미 있으니 이 만족스러움이 언젠가 차고 넘 칠 날을 기다린다. 닝목표 달성 후 나오는 팝송이 알아듣지 못해도 오늘따라 더 감미롭게 들린다.



3일 연속 걷지 않았다. 대자연의 날이라는 이유로 푹 쉬었다. 걷지 않으니 계속 마음 한 구석이 언짢다. 휴무 날 아침 여덟 시 둘째의 등교시간에 맞춰 같이 나가려고 마음먹었다. 걷는 동안 세탁기도 열일하라고 수건도 돌렸다. 커다란 공원을 내 집 앞마당처럼 뛰고 걷다 보니 어느새 한 바퀴를 돌았다. 화사한 봄꽃들이 마중을 나와 눈으로 사진으로 담아두었다.



운동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오는 길 무얼 먹을까 고민한다. 평소 같으면 길게 생각지도 않고 바로 라면을 끓였을 거다. 미리 운동을 했더니 괜히 신중해진다. 소고기샐러드를 사려다 집에 있는 재료로 먹기로 했다. 아침에 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를 몸소 알게 되었다. 좋다는 거 아는 것과 직접 해본 뒤 느낀  천지차이다. 뛰느라 수고했고 아침부터 만보를 채운 나에게 건강식을 선물해 주고 싶었다.


내 맘대로 샐러드♡


달리기와 만보 걷기, 나만을 위한 샐러드로 충만한 오전 시간을 보냈다. 완벽한 하루보다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하루를 만든다. 내가 무얼 해서 기분이 좋아지는지 아는 게 중요하다. 오늘을 위해 일주일을 기다린다. 기다리는 시간마저 소중하니까. 버려지는 요일이 없도록 틈틈이 걷고 기록한다. 쓰는 비중이 늘어날수록 촘촘해지는 하루다. 비싸고 좋은 옷보다 땀으로 젖은 복장이 흡족한 순간이다. 워를 하고 샐러드를 먹으며 을 쓰려고 준비하는 마음이 옳다. 굵고 짧은 확실한 성취감으로 켜켜이 쌓아 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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