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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Mar 19. 2024

엄마가 수포자입니다만


그야말로 입이 떡 벌어진다. 일타강사는 역시 아무나 하는 게 아님을 열정은 이런 것이다라는 걸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 전지적 참견시점 예능프로에서  EBS수학강사이자 수험생의 아이돌 정승제 편을 보았다. 새벽 네시부터 수학문제를 풀고 씻고 아침에 해가 뜨기 전까지도 소파에 앉아서 문제를 푼다. 운전 중에도 앞차량번호마다 수학으로 연결시킨다. 하루 일정이 끝난 뒤 맥주를 마시며 이제 좀 쉬는가 싶더니 또 태블릿을 든다. 엄마인 난 이런 거만 눈에 들어오는데 딸이랑 같이 안 본 게 다행(?) 일 정도였다. 옆에 딸이 있었다면 방심한 사이 잔소리 폭격이 나갈지도 모를 장면들이 많았다. 






성공한 삶의 모습이다. 그동안 열심히 일한 흔적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수학선생님이니 당연히 열심히 해야지라고 단정 짓고 바라보는 시선이랑은 다름을 느낀다. 수학을 좋아한다. 사랑한다. 어떡해서든 하나라도 더 이해시키려는 진심에 반할 만하다. 


수학공식에 맞춰 척척 풀어나가는 그 느낌 알고 싶다. 정답 있는 문제 하나하나 풀어나간다면  얼마나 속이 시원할까.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수학공식처럼 인생에도 명쾌한 답지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럼 사는 재미가 없으려나. 수학엔 정답이 있지만 인생엔 정답이 없다. 정답 없는 인생이라 한 치 앞도 모를 내일을 산다. 그래서 답답하기도 흥미진진하기도 하다. 수학에 정해진 공식이 있다면 인생에는 자기만의 루틴이 있다. 이제야 하고 싶은 걸 조금씩 찾아가는 듯하다. 읽고 쓰는 루틴 있는 삶으로 수학에 매진하지 못한 한을 풀어보고 싶다.






난 수포자다. 그것도 빠르게 포기한 자다. 누군들 그러고 싶었겠냐만은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걸 어떡하나. 학원을 다닌 것도 아니다. 보내달라고도 안 했나 보다. 적다 보니 조금 슬픈 이야기지만 해도 안된다는 걸 나의 친모도 예견했나 보다. 내가 중학생 때 이해할 때까지 설명해 주는 정승제 같은 선생님을 만났더라면 달라졌을까라고 상상해 보지만 아니다. 관심이 있어야 보인다는 걸 안다.



살아가는데 수학이 다가 아니지만 공부할 수 있을 때 해놓으면 하고자 하는 일에 조금 더 유리한 선택을 할 수 있다. 그 선택지 때문에 우리 아이들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현그 길 위에 놓인 아이들에게 엄마로서 해줄 수 있는 말은 하겠지만 그 또한 귀에 안 들어올 것을 안다. 중2딸은 아직까지 수학의 끈은 놓지 않아 보인다. 문제는 6학년 둘째다. 조짐이 보인다. 불안하지만 이 또한 받아들여야 함을. 아직 이르다고 단정 짓고 싶다.



엄마는 비록 수포자의 길을 걸었지만 글포자만은 되지 않으려 한다. 그래야 우리 아이들이 혹여나 수학을 포기하더라도 다른 길도 많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 가르치진 못해도 보여주고는 싶다. 내 인생이 먼저 인지 딸 인생이 먼저인지 고민한다. 닭이 먼저일까 달걀이 먼저 일까의 논리지만 달걀요리는 다양하고 맛있다. 수학보다 더 맛난 인생 이 맛 저 맛 느껴보며 내 입에 맞는 재밌는 걸 찾아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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